축산 악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제주도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다.

"악취관리지역 지정 유예를 요청하는 의견서가 다수 접수되어 29일로 예정됐던 고시 날짜를 일단 유보한다"고 밝힌 도정은 '이레착 저레착 도정'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싸다.

양돈농가 중심, 축피아가 개입한 악취관리지역 지정 반발임이 뻔히 들여다보이고 있음에도 도정은 이에 백기를 들고 만 셈이다. 자칫 도내 양돈장 악취관리지역 지정은 무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크다. 악취관리지역이라 함은 악취로 인한 민원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악취가 기준치를 넘어선 곳을 말한다. 악취관리지역으로 고시되면 해당 양돈장은 6개월 안에 악취방지계획을 수립해 신고하고, 1년 안에 방지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행하지 않으면 사용중지 조치와 함께 악취배출허용기준은 15배에서 10배로 강화되며, 분기별로 실태조사를 받아야 한다. 응당 특별관리와 제재가 필요한 지역인 것이다.

제주도가 지난 12월, 축산악취실태조사 용역 최종보고회에서도 드러났듯이 양돈장 주변 악취문제는 이미 도를 넘어선 문제이다. 조사 대상 101곳의 양돈장 가운데 98곳이 악취허용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모든 양돈장이 악취 문제를 안고 있다는 말이다. 악취관리지역 지정이 예고된 양돈장 중 93곳은 기준치 2배 이상, 13곳은 기준치 10배 이상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양돈농가를 비롯해 관련 단체 및 사업체들은 양돈산업과 사료, 유통, 금융 등 연관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면서 지정 고시를 유예해달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도민들의 여론을 따르면 그동안 기회는 충분히 주었다고 보는 게 맞다.

도정은 축피아의 압박에 밀려 유야무야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영이 서지 않고 있는 원 도정은 지금이라도 엊그제 장차관 워크숍에 함께한 문재인 대통령이 공직사회 전반을 향해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는 경고와 '국민을 바라보는 행정의 필요성’에 대해 곱씹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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