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특위에서 발목, 공직선거법과 연계한 논의 과정에서 다루지도 못해

제주도의회 의원 정수를 증원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처리를 기대했지만 상정도 하지 못했다. 당장 예비후보 등록일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라 예비후보와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국회는 2월 28일 본회의를 열었지만 여야 간 의견 차이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해 지방선거 의원 정수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개의에 앞서 지방선거 일정과 관련해 처리가 시급한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과, ‘세종시특별법 일부 개정안’, ‘제주특별법 일부 개정안’ 등을 일괄 처리한다는데 합했다. 그동안 지방선거 의원 정수 조정과 관련해 3건의 법안을 심의해온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헌정특위’ 위원장 김재경) 정치개혁소위원회(소위원장 김관영)는 법안을 의결하고 헌정특위전체회의에 상정했다.
헌정특위 정치개혁소위원회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의 광역의원 정수를 현행 663명에서 690명으로 27명, 기초의원은 2898명에서 2927명으로 29명 증원하는 내용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한다는데 합의했다.
그리고 세종시특별법을 일부 개정해 시의원 정수를 13명에서 16명으로 늘리되 차기 지방선거에서는 19명으로 추가 증원하기로 했다. 또, 제주특별법을 일부 개정해 현행 41명인 도의원 정수를 43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표의 등가성을 감안해 제안됐던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다음 선거에 논의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법안처리와 관련해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자 등록이 2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지방선거 일정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이 빠른 시간 내에 처리될 수 있게 여야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헌정특위는 이날 저녁 10시 18분에 전체회의를 소집해 지방선거 관련 법률 개정안 3건을 논의했다. 김관영 정치개혁소위원장은 관련 안건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소위원회는 지난 1월과 2월 회의를 통해 관련 안에 합의했다”며 “전체회의에서 소위원회가 합의한 데로 처리해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체회의에서 지방의원의 지역별 배정과 관련해 안상수 의원(자유한국당, 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이 불만을 제기했다. 안의원은 “인천의 남동구와 부평구, 서구 등은 인구가 비슷하고 서로 인접한 지역인데, 광역의원 수가 남동구와 부평구는 5명에서 6명으로 1명씩 늘었는데 서구는 4명에서 동결됐다”며 “결과적으로 인구가 비슷한 지역에서 광역의원 2명이 차이가 나는데 이게 말이 되냐”며 항의했다.
헌정특위 각 당 간사와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윤종인 지방자치 분권실장 등이 나서서 해명을 했지만 안 의원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거기에 나경원 의원(자유한국당, 동작구을)은 “전국의 지방의원 배정을 결정하게 된 과정을 의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데 자료가 미비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헌정특위 전체회의가 공직선거법 논의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자 세종특별법 개정안과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내용은 논의도 되지 못했다. 결국 자정 가까이 되면서 본회의 처리는 무산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자정쯤 본회의 산회를 선언하며 "의장으로서 참담하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예비후보자들 뵐 면목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헌법재판소 인구편차 기준을 초과한 제6선거구(삼도1·2동·오라동)와 제9선거구(삼양·봉개·아라동) 분구에 따른 선거구 조정문제로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몸살을 앓았다. 그런 가운데 분구에 따라 도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과 선거구를 처음부터 헌법재판소 기준에 맞게 재조정하는 두 가지 방안이 강구되어 왔다.
그런데 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은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사안. 결국 위성곤 의원과 심상정 의원이 각각 당론과 소신대로 지난해 9월에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의 법률개정 절차와 별도로 제주도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3일에 도의원 선거구 최종 획정안을 마련하고 제주지사에게 이를 제출했다. 선거구획정위는 제6선거구(삼도1동․삼도2동․오라동)와 9선거구(삼양동․봉개동․아라동)를 분구하는 대신 제2선거구(일도2동 갑)와 제3선거구(일도2동 을)를, 20선거구(효돈·영천·송산)와 21선거구(천지·정방·중앙)를 각각 합병하는 안을 확정했다.
국회가 제주특별법 일부 개정안 처리에 실패하면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예비후보 등록에 후보와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