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과 천혜향, 레드향 등은 이른 봄철을 대표하는 과일이다. 그런데 현재 이들 만감류 가격 하락으로 인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미 설명절 전부터 이러한 조짐은 예견되었다. 예년보다 20일 가량 늦어진 탓인지 명절 대목에도 만감류 출하량이 전년 대비 평균 44%(천혜향 65%, 황금향 15%, 레드향 51% 등)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었었다. 천혜향을 제외하고는 가격마저 하락세였다. 하지만 설명절 이후에도 여전히 가격 지지세 없이 동반 하락하면서 봄철 농가수입에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 놓여 있다니 심각한 문제다.

예년에 비해 산지거래마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일선 농협의 유통담당자들 역시 애를 먹고 있다. 상품성 저하와 수요부족이 큰 원인이다. 한라봉은 나무에서 잘 익은 후에 수확하고 창고에서 후숙의 과정을 거쳐야하지만 그러다보면 설 대목을 놓치게 되고 이후에 출하되는 천혜향과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미숙과를 설 이전에 출하하게 되어 이는 한라봉 전체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제때에 맞춰 출하하는 농가가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했다. 한라봉 농가들이 해결해야할 딜레마로 떠올라 있는 것.

천혜향의 가격 하락폭도 이전에 비해 매우 가파르게 나타났다. 지난 2월 평균 1만7250원을 형성하던 가격이 3월 들어 1만3330원으로 추락했다. 2월 한파 영향으로 저품위 과일이 출하되어 전체 천혜향의 이미지를 훼손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3월부터는 오렌지 계절관세가 철폐됐다. 수도권 소재 대형마트들은 이미 대대적인 오렌지 세일행사를 벌이고 있어서 농가에 커다란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충분한 숙성기간을 통해 설과 설 이후로 나눠 소비자 수요에 맞는 고품질 만감류를 출하하는 등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는 농정 당국의 사전 정보에 귀를 막은 농가 탓만은 아닐 것이다. 정보만 주고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다. 도정은 물론, 농감협, 관련 기관·단체 등이 생산농가와 긴밀한 관계망을 구축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만감류 가격을 지지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단계별로 수급을 조절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농정시스템을 갖춰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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