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미술학부 학생들과 함께 만든 4.3 미술제 ‘기억을 벼리다’

4.3유족의 마음의 지도는 어떤 모습일까?

4월 3일 개막을 앞둔 25회 4.3미술제 <기억을 벼리다> 출품작 중에는 4.3 생존자 그리고 유가족이 참여하는 작품이 있다. 바로 홍보람 작가의 ‘마음의 지도-나의 삶’ 작업이다.

홍보람 작가의 ‘마음의 지도’는 참여자들 삶의 경험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고 나누어 지금 여기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공동체 미술이다. 기억 더듬기,  그림 그리기,  글쓰기,  대화 나누기,  아티스트북 만들기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며 참여자가 자신의 삶에 대한 기억과 느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홍보람 작가는 지난 1월 참여작가 워크숍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의 홍춘호 생존자(4.3 문화해설사로 활동 중)와 서귀포시 남원읍 양봉천 협의합장묘 전 회장 등을 꾸준히 만나며 함께 마음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홍보람 작가는 매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유족들의 마음속에 “4.3은 끝난 사건이 아니며 매일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홍보람 작가는 “이 공동체 미술이 유족분들에게 삶의 자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고, 작품을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멈춰 있는(과거의) 4·3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인 삶으로서 좀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등이왓의 홍춘호 생존자는 송동효 작가의 작품에도 등장한다. 옛 정취가 남아있는 제주 마을의 풍경들과 인물들에 관심을 갖고 사진에 담아내고 있는 송동효 작가는 ‘무등이왓 해설사’라는 작품을 출품했다. ‘무등이왓 해설사’는 다름 아닌 4.3길 문화해설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홍춘호 할머니. 그의 작품에서는 홍 할머니와의 대화를 육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헤드셋을 설치할 예정이다.

4월 3일부터 29일까지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와 아트스페이스.씨에서 작품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25회 4.3 미술제 관객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공간으로서 예술공간 이아 입구가 ‘마중물’ 프로젝트를 통해 활력을 얻는다.

제주대학교 미술학부 학생 5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각자가 생각하는 4.3을 시각화했다. 지난 2월 22일 첫 만남을 가진 이들은 약 3주간의 공동 작업을 통해 작품을 설치했다. 작업에는 김수정, 김승민, 김지훈, 박현준, 오승미 학생이 참여했다.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준 박주애 작가는 “미술학도들과 4·3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고 개인의 시각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해 보았다. 잊지 말아야 할 어두운 역사를 예술로 밝혀 애도하는 마음으로 진행했다. 청년들이 모여 협동하며 즐겁게 작업했다.”고 후기를 전했다.

예술공간 이아에는 후문 외벽을 활용한 또 다른 공동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제주국제아트페어를 기획 추진하며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과 지역사회 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인 이종후, 서성봉 작가와 ‘요보록 소보록’ 공방을 운영 중인 김영훈 작가가 협업 중이다. 평화와 상생을 상징하는 촛불과 4.3의 폭력을 상징하는 총알을 대립 배치했다. 초와 총 사이의 간극은 ‘0’(총-0=초)이다. 초는 계속 불타오르고 총알은 사그라진다.

25회 4.3미술제 <기억을 벼리다>는 37팀/40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총 5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4.3유족회로 구성된 평화합창단의 축하공연과 소설가 현기영의 축하강연을 시작으로 4월 3일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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