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맥그린치 신부가 23일 오후 6시 27분에 선종했다. 향년 91세. P.J. 맥그린치(90·한국명 임피제) 신부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지난 1951년에 사제서품을 받고 1953년에 한국에 들어와 이듬해 제주에 입도, 65년을 제주에서 제주인과 동고동락해 오신 분이다. 

돼지 한 마리로 시작한 성이시돌 목장 개발을 비롯해 한때 전국 최고 명품으로 각광받았던 한림수직과 지역사회 공동체의 경제를 일구기 위한 운동으로서 한림신협,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힘없는,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위한 한림 성이시돌병원과 성이시돌 양로원, 요양원, 유치원과 어린이집, 성이시돌 젊음의 집(청소년 수련원), 성이시돌 복지의원(호스피스) 등 다양한 사회 공헌사업에 힘써 이바지하기도 했다. 그분의 삶은 ‘제주도와 제주민의 고난에서 빛으로의 여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맥그린치 신부의 선종 소식에 사회 각계에서 이어지는 추모 메시지에서도 신부님의 삶과 인간미를 잘 느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인께서는 4·3사건과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제주도에 한 줄기 빛으로 오셨다"며 "패트릭 맥그린치 신부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포용, 나눔의 메시지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이어가겠다"고 추모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푸른 눈의 돼지 신부’라는 별명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셨던 신부님의 그윽한 미소가 벌써 그립습니다. 아프고 고통받고 가난한 사람의 편에 늘 함께하셨던 신부님의 사랑과 나눔은 오래도록 우리 도민의 가슴에 온기로 남을 것입니다”라고 추모했다.

“누군가 제주도민들에게 ‘기적의 순간이 언제입니까’라고 물으면 ‘맥그린치 신부님을 만나고 함께 살아온 순간, 순간이 기적이었습니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교실에서부터 맥그린치 신부님의 삶과 철학을 충실히 전하겠습니다. 온 생애로 보여주셨던 신심을 제주 공동체의 살아있는 가치로 뿌리내리겠습니다” 이석문 교육감이 낸 추모사의 일부다.

삼가, 맥그린치 신부님의 영면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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