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시차의 괴리감이 사라진다. 사소하다 생각할지 모르나 남북간 ‘표준시 일치’, 그 한 가지는 벌써 통일을 이루는 셈이다. 남북이 서로를 향해 심리전을 폈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적대의 상징 확성기 방송시설도 남북 공히 철거를 시작했다.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판문점 선언에 따른 이행 차원이나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에게는 크게 다가오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하지만 남북 평화 무드가 조성되는 가운데 많은 국민을 압박과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빨갱이’라는 굴레가 오늘 이 시간에도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 빨강색 점퍼를 입은 자유한국당 대표의 입에서 ‘빨갱이, 종북, 주사파’라는 단어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빨강색 옷을 즐겨 입으면서도 빨갱이 타령이다. 북미회담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까지 빨갱이라 부를 건지 두고볼 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민 95%가 긍정적 반응을 보인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과 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쇼’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민족자주의 원칙은 한국 주사파들의 이념적 토대”라고 말하는 등 색깔론까지 덧씌웠다. 제 정신이 아니다. 판문점 선언에 대해 “어처구니없다”고 했던 나경원 의원도 4선 의원으로서 품격을 어디 다른 곳에 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딴 나라 사람처럼 이같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 일이다

심지어 대한애국당 소속 조원진 의원은 태극기를 흔들며 가진 친박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핵 폐기는 한 마디도 안 하고 200조를 약속하는 이런 미친XX“라는 욕설을 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국회 윤리위 제소는 당연지사나 모욕죄로 엄히 다스려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소환제가 왜 필요한지 증거하는 사례들이다.  

남북 평화통일은 이러한 류의 정치인들로 인하여 다소 더뎌져도 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남북 두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이미 확인했다. 이렇게 합의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실현을 바탕으로 평화통일은 미구에 이뤄질 것이다.

결국 평화통일은 지긋지긋한 빨갱이 콤플렉스로부터의 해방이기도 하다. 이산가족 상시 상봉을 고대하는 실향민은 물론 국민이 염원하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제 세력, 제 정당은 딴지걸기에서 벗어나 합심 협력해야 마땅하다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