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한라산 기슭 관음사를 비롯 도내 모든 사찰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에 참석한 5명의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와 2명의 교육감 예비후보, 다수의 도의원 예비후보들. 이날따라 그들 모두의 얼굴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닮아 있었다. 웃음기 머금은 온화한 그 표정에서 악의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화사한 미소 안에 숨겨진 강한 승부욕과 끝간데 모르는 경쟁 심리는 그렇게 평화로운 자리에서도 치열하게 작동되고 있음을, 끝내 숨길 수 없었다. 앞다퉈 달려간 부처 탄신 봉축의 공간에서 6·13 지방선거를 향해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를 느끼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도량 안에서 불심을 잡기 위해 펼쳐지는 저마다의 안감힘은 그들의 미소와 언사, 마주잡는 손아귀 힘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함에도 미소 가득한 얼굴은 보기 좋은 광경이다. 웃음 띤 표정과 거기에서 발산되는 자비심으로 상대 후보들을 대하고 도민 유권자들을 대한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후보 각자는 ‘대자대비’를 입에 올리는가 하면, 부처님의 뜻을 설파하고 청정한 마음, 상생과 포용의 정신, 일일일선 천관지복,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마음 등을 언급했다.

이를 실천한다면, 저잣거리에 떠도는 상대방 깎아내리기, 흠집내기 비방이나 마타도어 같은 짓들은 금세 사라질 것이다. 진흙탕 싸움도 없어질지 모를 일이다. 모름지기 지역사회 지도자로 임하려는 자는 적어도 부처의 가르침, ‘상구보리 하화중생’(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 구제한다는 뜻)의 경지를 이해하며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더욱 겸손한 자세를 갖추는 일이며 이타행(利他行)의 실천이다. 근본적으로는 수신제가(修身齊家)의 자세다. 《大學》에서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은 후에 알게 된다. 알게 된 후에 뜻이 성실해진다. 성실해진 후에 마음이 바르게 된다. 마음이 바르게 된 후에 몸이 닦인다. 몸이 닦인 후에 집안이 바르게 된다. 집안이 바르게 된 후에 나라가 다스려진다. 나라가 다스려진 후에 천하가 태평해진다. 그러므로 천자로부터 일개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몸을 닦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다.”

수신제가하고 ‘염화시중의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예비후보가 최종 승자일 것이다. ‘염화시중의 미소’는 대범천왕문불결의경(大梵天王問佛決疑經)》에 나오는 기록이다. 석가모니가 연꽃을 들어 제자들에게 보이자 그 가운데에서 석가의 의중을 헤아린 가섭만이 웃음 지었다는.  부처님 오신 날에 화두로 들어 올렸던 ‘대자대비 자비심’이 후보들 사이에 이심전심으로 번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는 혈연과 지연이 서로 물고 물린 괸당조직”이라면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의 아름다운 괸당문화로 진흙탕 싸움이 되기보다는 지도자들이 스스로 성품을 갖추고 제주를 부처님의 연못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의 봉축사 한 구절을 곰곰이 마음에 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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