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논분화구 내부 소분석구에서 굴삭기를 이용한 절토와 성토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이다.

하논 분화구 복원·보전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주도 공약으로 향후 어떻게 추진될지 귀추가 주목되면서 관심을 끄는 사안이다. 원희룡 지사 역시 6·13 지방선거 서귀포지역 출정식에서 하논 분화구 복원을 약속했다. “서귀포 시가지 내에 있는 세계적인 관광명소이면서도 그동안 손을 못대고 있었다”며 “이제 (제주도가 갖고 있던) 4000억원의 차입 채무 제로를 달성한 재정 여력을 갖고 본격적으로 하논 분화구를 복원해 많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귀포에 머무는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런데 보전은커녕 분화구 내 분석구에 대한 훼손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관리에 손을 놓았는지 보고도 못본 척 하는 양상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서귀포신문>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하논 분화구 내부 분석구 보로미오름 남사면에 굴삭기를 이용한 절토와 성토로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분화구 원형 훼손이 심각하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관련부서 담당자는 “해당 토지가 사유지이고, 농지이기 때문에 절토와 성토를 막을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대로 두어서는 안될 일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방지대책이 시급하다. 현장에는 이미 붉은색 송이(스코리아)가 드러나 있다. 이중화산체를 이룬 하논 분화구 형성의 마지막 단계 젊은 지층임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그동안 하논분화구 보전을 위해 수많은 방안을 내놓았지만 단계별로 여러 장애에 걸려 실현시키지 못했다”는 서귀포시 관련부서의 설명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하논 분화구 보전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고 기후는 물론 환경 변화, 식생 변천사 등의 연구에 더없이 소중한 자원으로서의 하논 분화구의 가치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복원은 이후의 일이라 하더라도 사유지라는 이유로 관리에 손을 놓아 훼손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즉각적으로 취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하논분화구에 대한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서두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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