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해군이 브리핑을 통해 ‘2018 국제관함식’의 제주해군기지 개최 결정을 공표했다. 하지만 이는 성급한 발표라는 여론이다. 강정마을회의 찬성의 전제 조건을 정부가 다 들어줄 수 있을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군이 서둘러 대응한 꼴이기 때문이다.

 강정 마을총회의 3월 ‘반대’ 결정을 번복한 7월 28일 ‘찬성’ 결정의 조건들에 대한 정부의 답변이 우선임에도 해군이 ‘초라니(분별없이 먼저 나대는 행동을 일삼는 이, 또는 기괴한 행세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제줏말)짓’을 했다는 비판이다.

 강정마을회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공동체회복 사업의 추진을 전제로 한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동의’를 발표하며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대통령이 직접 관함식에 참석해 2007년 당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파괴한 제주도당국의 의견에 따라 일방적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한 정부(해군 포함)의 잘못에 대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진솔한 공개 사과”를 요청했다.

 그리고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당시 해군과 경찰이 강정 주민들에게 어떤 인권침해와 공권력 남용 및 공동체 파괴 공작을 했는지 실태를 밝히고, 그에 상응하는 응분의 후속조치를 해 줄 것”도 요구했다. 진상조사 요구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조건에 대해 청와대는 물론 국방부, 행안부 등의 답변이 나온 이후에 해군의 브리핑으로 이어지는 게 순리일텐데, 해군이 섣부르게 발표부터 하고 나선 것이다. 국제관함식 준비 절차는 이미 이행단계임이 알려져 있고, 10월이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음에도 해군은 왜 다급한가, 의문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주민회측은 30일, 제주지방법원에 '강정마을 주민투표 무효 확인의 소'를 제출했다. 상생과 화합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11년간 싸웠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그동안 찬성하던 사람이나 반대하던 사람들이 먼발치에서나마 인사할 정도가 됐는데, 그걸 또 주민들끼리 싸우게 만들었다”고 정부를 규탄한다.

 주민간 분열과 갈등, 불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해군은 국제관함식 강정 개최 의미에 대해 ‘민군화합과 상생’이라고 밝혔다는데 언어도단이고 감언이설이며 자가당착인 이유이다.

 이제 다시 제주도의회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43명 도의원 전원의 서명으로 발의된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안’ 본회의 상정, 의결 성사이다. “해군은 갈등 해소 등을 명분으로 관함식 개최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오히려 강정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해군이 당초 제시한 지역주민과의 상생(相生)과 화합(和合)이 목적이라면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강행을 즉각 중단하라”는 도의원들의 촉구는 여전히 옳은 길이다.

 찬성을 주도한 강희봉 강정마을회장마저 “강정 주민들 중 아직도 해군의 국제관함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조건부로 수용한 것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도의회 의장의 독단적 결정은 없어야 한다. 도의회의 대응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도민을 위한 도의회일 것인지, 권력에 머리 조아리는 행태를 보일 것인지 도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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