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까지만 해도 파릇하게 살아있던 제주 최초 도입 온주밀감 나무가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지난 1911년, 당시 홍로성당 주임이었던 프랑스 출신 에밀 타케(한국명 : 엄기탁) 신부에 의해 일본에서 도입된 밀감나무이다.

 현재 서홍동에 소재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면형의 집’ 앞마당에 있는 이 나무는 110살이라는 고령으로 인한 수세 약화, 무엇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높은 기온을 견디지 못하고 잎이 바싹 마르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상황이어서 지켜보는 이들을 마음 아프게 하고 있다.  

  ‘서홍동 204’ 지번에 위치한 ‘제주 최초의 감귤나무’ 표지석에는 “1911년 제주 자생 왕벚나무를 보내준 답례로 받은 미장온주 14그루로 최초 온주밀감의 시초”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나무들이 잘 성장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제주에서 가장 먼저 서홍동에 감귤과수원이 조성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 의미가 무척 크다.

 서홍마을 주민들은 이곳을 ‘제주 최초의 온주감귤 시원지’로 선정해 ‘서홍 8경’의 하나로 이름 올리기도 했다. 마을회관에 세워진 ‘감귤의 본향 서홍동’ 비석에는 감귤나무 도입 스토리가 새겨져 있다.

 본지 오충윤 독자권익위원은 “지난 2016년, 타케신부기념사업을 추진할 당시에 이 밀감나무의 생육이 오래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들이 제기되어 최초 온주밀감 나무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후계목 양성을 추진했으나 성당 차원에서 탄력을 잃게 되어 추진하지 못하고 말았다”고 전한다.

 현재 나무 주위에 차광막을 쳐 강한 햇빛을 차단하면서 가지마다 마포를 두르고 물과 영양제 등으로 나무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아직 그 소생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귀포시는 물론이고 도정에서도 나서서 제주감귤산업의 상징인 이 나무를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도를 적극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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