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11일, ‘비리 유치원 실명 명단’을 공개했다. 친인척을 동원해 수천만 원의 인건비를 빼돌린 일, 아이들 급식비로 써야할 돈을 유흥비 등으로 탕진하는 일 등 일부 사립유치원의 뻔뻔한 민낯이 드러났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국가가 세금을 쪼개 사립유치원에 운영비 등을 지원했는데, 일부 후안무치한 원장들은 그 돈을 제 돈처럼 마음대로 쓰고 있었다.

박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수도권 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금은 국민들의 분노가 사립유치원과 원장에게 가고 있지만 조금 있으면 교육감들과 교육당국에게 분노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10월 29일에 도내 사립유치원 22개원 가운데 제주시에 소재한 7개원에 대해 지난 7월 23∼27일 실시한 재무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했다.

교육청이 발표한 자료 가운데 K유치원의 사례가 가장 눈에 띈다. K유치원은 각종 결재에 원장 결재 칸을 없애고 그 자리에 결재 권한이 없는 이사장이 대신 결재하도록 했다. 전체 회계자금 5억8000여만원 가운데 44%에 해당하는 약 2억6000만원을 일반 예금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손실 위험이 있는 펀드상품에 투자했다. 기존에 기금이 적립된 상태에서 사용계획도 없이 5000만원을 적립하고자 계획서를 제출했다.

K유치원의 경유는 학교재단에 속했는데, 재단이 유치원 운영에 깊이 관여하며 기금을 쥐락펴락한 게 아닌지 의심이 생긴다.

그런데 기존에 언급한 모든 사례에 대해 제주도교육청의 조치는 ‘주의’ 혹은 ‘시정’, ‘권고’ 등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사실상 징계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치다.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지원금을 착복하기 위해 호심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음에도 이를 대하는 교육청의 감사태도는 너무도 안일했다.

최근에 벌이는 일들을 종합해보면 교육감이 표를 의식해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

제주도교육청은 최근, 제주도 유아교육과 관련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제주형유아교육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그런데 오대익 교육의원은 지난 22일에 열린 제주유아교육진흥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용역과정에서 연구진이 유아교육 최고 전문가인 박현숙 원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중간보고를 했다”며 교육당국의 부실용역을 질타했다.

단설유치원 설립 등에 나서라는 학보모와 교육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사립유치원 원장들 원장들의 입맛에 맞는 용역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생긴다. 박용진 의원의 지적대로 주민들이 교육청의 책임도 묻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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