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용역진이 의도적으로 왜곡된 평가를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애당초 최적지로 평가되던 대정읍 신도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평가단계별로 활주로의 위치를 불리하게 이동시켰다는 주장이다.

제주 제2공항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는 19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가 지난 2015년에 발표한 ‘제주 제2공항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조사검토 용역) 과정에서 당시 전체 31곳 예정지 가운데 가장 적합지로 인정되던 신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용역진이 의도적으로 평가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신도에서 고산으로 이어지는 해안은 제주에서도 드물게 지평선이 보일 만큼 대지가 넓게 펼쳐진 곳이다. 도내에서도 한라산과 가장 멀리 떨어져있어 대지의 경사가 거의 없다. 성산읍과 구좌읍은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탓에 오름과 동굴이 밀집됐지만 제주서부 해안은 상황이 이와 다르다.

고산리과 신도 일대 장애가 없는 게 아니다. 대표적인 게 고산리에 소재한 당산봉과 수월봉, 신석기유적지 등이다.

당산봉은 148미터 높이의 아트막한 화산체인데, 송악산․하논 분화구․두산봉과 같이 분화구 내에 작은 알오름이 들어있는 이중화산 구조를 띠고 있다. 보전가치가 높은 화산체다.

수월봉는 높이 77미터로 당산봉보다 더 낮은 화산체다. 하지만 수성화산폭발의 흔적이 산체 곳곳에 드러난다. 역시 가치가 높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됐다.

고산리 신석기유적 역시도 국내 초기의 신석기 유적에 속한다. 2만년 전부터 지구온난화가 지행되면서 해수며이 상승해 제주가 섬이 됐다. 한반도와 극동아시아 일대를 떠돌던 이들은 섬에 고립됐고, 이들이 생존했던 흔적이 고산리에 남았다.

이런 이유로 인근 신도리가 최적지로 평가됐다. 박찬식 충북대 외래교수는 이와 관련해 “국토연구원이 2012년에 제주도의 의뢰로 수행한 <제주공항 개발구상 연구용역>에는 신도해안이 최적지로 거론됐는데,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이아무개 책임 연구원이 2015년 용역에도 참여했지만 신도해안은 후보지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신도2 후보지는 2단계 심사에서 활주로의 위치를 여러 마을에 소음 피해를 일으키는 곳으로 변경시켜 탈락시켰다고 한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수월봉 훼손을 피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해명하지만, 활주로를 옮긴 결과 수월봉에 더욱 가까워졌으니 해명이 되지 않는다. 모든 도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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