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희생자 유족들이 3일, 71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기에 앞서 제주4․3평화공원 입구에서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다시 제주4·3사건의 아픔을 기억하는 봄을 맞았다. 그런데 벚꽃 화창한 날, 71주기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고 있지만 유족들은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여야 정치권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목소리로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제주4․3추모식에 참석해, 국가공권력에 희생당한 제주인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를 거론했고, 지난해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는 “제주에 봄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족과 생존 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배․보상과 국가 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20대 국회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총 5건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가운데,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과 강창일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 권은희 의원(바른미래당, 광주 광산구 을) 등이 각각 발의한 3건은 제주4․3 희생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트라우마센터를 건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족회와 도민사회의 요구를 최소한이나마 반영한 개정안들이다.

유족들과 도민사회의 기대는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과 맥이 통하는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면 억울한 희생자들의 원한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특별법 개정안이 제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일부 야당의원들의 이견도 있지만 행정안전부의 ‘신중 모드’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행정안전부는 제주4․3희생자를 대략 1만4000여 명 정도로 추산하고, 희생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경우 대략 1조8000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예산이 부담이라면 배상금을 일시에 지급하지 말고 몇 년에 나눠서 집행하는 방법도 있다는 제안이 일고 있다. 정부가 4․3문제 해결에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다는 주장이다.

그 약속이 있은 지 1년이 넘었는데, 희생자 유족들에게 봄은 오지 않고 있다. 다른 이유 때문도 아닌 현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2일 열린 특별법 개정 촉구 범도민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역사의 명령이다. 특별법을 개정하라”고 외쳤다. 그런 요구는 71주년 추념식에도 이어졌다.

그동안 정치인들은 기회만 있으면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현재 집권하고 있는 민주당 세력은 가장 앞서서 약속하지 않았나? 정말로 국민의 명령이다. 이제 그동안 내뱉었던 숱한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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