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내에서 발생한 장애학생 집단폭행 및 금품 갈취 사건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고등학생 등이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을 집단 폭행하고 금품 2000여만 원을 갈취한 사건이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피해 학생으로 하여금 아버지 휴대전화에 송금앱을 깔도록 한 뒤 송금을 강요하는 방법으로 돈을 갈취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돈을 송금하지 않을 경우, 집에 찾아가 돈을 요구하기도 했고 집단 폭행도 자행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공갈과 특수절도교사, 공동상해,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가해 고등학생을 구속했고 공동 폭행에 가담한 나머지 중학생 등 16명도 입건했다. 피해학생이 다니는 중학교는 여러 학교 학생들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공동학교폭력대응자치위원회를 열고 가해학생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내렸다.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가 장애청소년의 인권에 얼마나 취약한 지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는 폭력의 정도나 방법도 봐야 하지만, 그동안 피해 청소년이 보호와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학교폭력 예방에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의 이 같은 대처가 학교폭력에 예방에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폭력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학교폭력의 잠재적 피해자로 좀 더 주의 깊게 다루어져야 할 장애학생에 대한 관심은 그 중요성에 비해 매우 미약하다. 장애청소년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기술, 자기옹호기술 등이 부족해 폭력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 이제 학교와 사회가 이들의 처지를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정부가 지난 1998년에 제정한 장애인인권헌장은 ‘장애인은 사회로부터 분리, 학대 및 멸시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며 누구든지 장애인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정부가 제정했으니 정부는 장애인 인권선언의 내용이 학교와 가정에서 실현되도록 구체적이고 섬세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장애청소년 폭력에 대해 학교와 경찰, 교육당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식이거나 일회성으로 실태를 조사하는 방식이면 곤란하다. 가해학생들을 비난하는 게 폭력을 예방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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