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물이 좋아 일강정이라고 했다. 강정(江汀)이라는 마을 이름도 물로 시작해서 물로 끝난다.

마을의 독특한 지질구조로 인해 다른 마을들이 가뭄에 시달릴 때도 이 마을은 늘 물이 풍부했다. 강정천과 악근천에는 늘 은어가 춤을 추고, 원앙이 날아다녔다.

주민들은 주변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물을 재산삼아 비교적 평화롭고 넉넉하게 살았다. 이 마을에 해군기지라는 말이 수식어로 붙기 이전의 이야기다.

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괴담’이 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산호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천연기념물 제442호인 연산호 군락지가 해군기지 예정지 주변에 있음에도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후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가 해안에서 발견됐는데, 해군은 그럴 리 없다고 시치미를 뗐다. 그럼에도 붉은발말똥게의 서식이 기정사실로 확인됐다.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해군기지가 완공된 이후에도 ‘괴담’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엔 강정마을의 상징인 강정천이다. 은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제보와 발표가 이어졌다.

홍명환 도의원(이도2동갑,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8일 열린 임시회의에서 강정해역 해양생태환경 조사사업 결과를 지적했다. 제주자치도가 2016년 4월부터 강정해역 해양생태환경 조사한 결과인데, 강정천 중금속 수치가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제주도자치도가 29일, 홍 의원의 지적에 대해 해명했다. 제주자치도가 2016년 8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진행된 강정천 수질 측정결과 하천환경기준 총인(2등급) 항목을 제외하고는 모든 항목에서 1등급을 나타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강정천 하구 토사나 부엽토 등에서 중금속의 농도가 지나치게 높게 나오는 현상은 해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홍 의원이 30일 오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강정천 수질은 총대장균이 4등급, 총인에서 6등급을 기록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해군과 제주자치도가 다시 한 번 강정마을 주민과 도민에게 소상히 공개할 책임이 남았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였다. 연산호 군락지와 붉은발말똥게를 모른 체하더니 강정천 주변에 쓰레기를 미리 버리고 청소하는 쇼를 자행했다. 그리고 나온 수질자료와 해명, 주민들이 쉽게 신뢰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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