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날이 돌아왔다. 28년 전 오늘 꽃다운 청춘이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자신의 몸을 태웠다. 당시 집권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던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막아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개발에 필요한 토지를 주민들로부터 강제로 뺏겠다는 악법을 그렇게라도 막고 싶었다.

저항의 촛불은 거대한 횃불로 타올랐다. 지역의 문제로 인식되었던 특별법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제주지역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외지에 있던 향우회원들도 투사로 만들어버린 사건이었다. 양용찬은 그렇게 자신의 몸과 제주인들의 가슴에 불을 댕기고 산화해갔다.

자신의 몸에 불을 댕기기 전, 유서로 어머니에게 효도 한 번 제대로 못한 게 죄송하다가 했다. 20대 청년이 스스로 세상과 하직하기 전 어머니를 떠올리며 얼마나 목이 메었을 지 짐작이 간다. 옥상에서 맞은 최후의 떨림, 얼마나 목이 메었으며 얼마나 망설였을까.

그로부터 28년이 지났는데 세상은 그대로다. 지난한 세월, 수많은 이들이 강정에서 성산에서 보금자리를 지키겠다고 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땅을 파헤쳐 돈을 벌겠다는 이들은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고, 이를 막겠다는 이들은 너무도 힘이 없다.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제2공항 예정지가 국내외 안전규정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지만 관료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밀어붙일 태세다. 개발과 파괴의 현장에 토론과 민주주의는 없다.

다시 1991년 가을을 떠올린다.

최근 제주청년 한 명이 지난달 18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무기한 단식을 이어가다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됐다. 청년은 환경부 장관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제주 제2공항의 부당함을 역설하고 환경부가 제 역할을 다해줄 것을 호소하고자 했지만 메아리가 없었다.

박찬식 제2공항비상도민회의 공동상황실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종교인들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묵주기도를 올리고 있다. 꽃들이 다시 아우성을 친다.

개발은 정치적 억압과 공생한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파괴의 사슬은 끊이지 않고 있다. 탐욕이 힘을 얻고 정치는 귀를 막으며 권력은 몽둥이를 휘두른다. 성산에 이어 선흘에서, 송악산에서 다시 파괴의 시간이 이어질 조짐이다.

그리고 다시 저항의 시간을 맞는다. ‘굽은 호미로 일군 자갈밭을 뺏어가겠다는 저들을 호미와 괭이로 쫓아내야 한다’고 했던 양용찬의 시가 다시 선언으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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