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민호 학생.이 지난 2017년 현장실습 중 사고를 당해 사망한 지 2년이 지났다.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민호 군은 지난 2017년 11월 9일, 실습 중이던 제주시 구좌읍 해수용암단지 내 생수공장에서 기계에 몸이 눌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 군은 사고 직후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으며 사경을 헤맸지만, 그해 11월 19일에 고통 속에 숨을 거뒀다.

故이민호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은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추모 물결을 일으켰다.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학생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산업체파견형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쏟아졌다. 수많은 정치인들과 교육당국자들이 제주를 방문해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지난 19일에는 이민호 군 사망 2주기를 맞아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조형물이 제주시학생문화원 광장에 들어섰다. 가족과 교육당국자들을 포함해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추모제에 참석해 그의 죽음이 헛되지 말아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그런데 꽃다운 청소년을 보낸 어른들은 그의 죽음에서 무슨 교훈을 얻고, 어떻게 반성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민호 군이 실습 중이던 (주)제이크리에이션 대표 김 모(56)씨와 당시 공장장 김 모(61)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대표 김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공장장 김 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법인 (주)제이크리에이션에는 벌금 2000만원이 각각 선고하는데 그쳤다. 어린 청소년을 공장에 홀로 방치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을 묻기에는 너무도 미약한 양형이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부모는 양형을 높여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2년 전, 교육부와 제주도 교육청은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도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현장실습은 계속되고 있다. 학교들은 다시 취업률에 사활을 걸고 아이들을 현장에 보내고 있다.

이민호 군의 조형물이 2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민호군의 부모님은 아들을 닮은 조형물을 보면서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이석문 교육감은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단 한명 한명이 존중받는 교육을 만들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민호군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어른들의 눈물과 약속이 빛을 바라지 않으려면 청소년들의 인권을 세상의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 기존의 제도를 끊임없이 점검해 위험한 요소들을 걸러내야 한다. 내 아이를 넘어서 내 주변의 아이까지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2년 전 사망한 이민호 군은 제주의 아들이고 대한민국의 아들이다. 그래서 우리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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