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지지후보를 결정하는가? 정치의 오래된 질문인데 서구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해석하는 이론으로 가장 인정받은 것은 ‘회고적 투표(retospective voting)이다.

플로리나(Morris P. Fiorina)가 ‘미국 국가 선거에서의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 in American National Elections)’라는 책을 통해 발표한 이론이다. 플로리나는 보상-처벌 이론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은 집권자 혹은 집권정당이 임기 내 이룬 성과를 회고한 후 보상의 수단으로 지지를, 처벌의 수단으로 지지철회를 선택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유권자들이 미래를 전망하며 투표한다는 이론도 있다. 다운스(Anthony Downs)는 합리적 선택이론을 바탕으로 유권자는 과거의 경험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동시에 고려한다고 주장했다. 선거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기 때문에 미래에 자신이 받을 보상을 고려해 투표한다는 이론인데 이를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 이론’이라고 부른다.

그른데 정당이나 후보가 내게 미래에 가져다줄 보상을 예측하는 데는 과거의 경험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래서 전망적 투표에도 과거에 대한 회고적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정치학에서 회고적 투표이론이 힘을 얻는 이유다. 그래서 정당과 정치인은 선거철을 앞두면 지난 업적을 홍보하거나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제주지사 선거에 원희룡 돌풍이 불었다. 당시 현역 지사였던 우근민은 원희룡 바람 앞에 출마를 접어야 했고 민주당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다. 전망을 넘어 막연한 기대가 유권자들의 냉철한 판단을 가로막았다. 물론 그 기저에는 우근민 도정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전망적 투표가 회고적 투표를 압도했다.

원희룡 지사는 박근혜 탁핵 국면에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잠시 바른정당을 거쳐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런데 재선 중반을 넘기면서 그의 성적은 초라하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 자리에는 미분양주택만 남았고, 앞뒤 안 가리고 밀어붙인 제2공항 사업은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졌다. 지난 2015년 7%를 기록하던 제주경제의 성장률은 이제 마이너스대로 진입할 위기상황이다.

이제 이에 대한 평가가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들은 보상이나 처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준비를 하는데 원 지사는 중앙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최근 창당한 미래통합당의 최고위원이 되어 서울을 매주 다녀오겠다고 한다. 산적한 현안을 고려하면 원 지사의 태도는 어무나 한가하다.

이상 도민의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도민의 상처에 염장을 지르는 태도다. 도민들을 다시 2년을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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