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코로나19 네 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이번에도 대구를 방문한 시민이다. 제주자치도 발표에 따르면 네 번째 확진자는 지난 2월 18일부터 2박 3일 동안 대구에 머물다 20일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로 들어온 40대 시민이다.

해당 남성은 2월 22일경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을 느꼈으나 독감으로 여기고 약을 복용했고, 25일 오후에는 한라병원 선별진료소를 찾기도 했다. 그런데 호흡기 질환과 발열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별도의 검사 없이 화상 진료 후 귀가했다고 전한다.

의료진이 해당 남성이 대구를 방문한 점, 독감 약을 복용한 점 등을 감안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일찌감치 확진을 받을 수 있었다. 의료진이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친 탓에 감염자는 스스로 조심하면서도 대형마트 두 곳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했다. 그리고 고통을 견디다 스스로 제주대학병원을 방문하고 나서야 확진자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방역이 여전히 형식에 치우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이러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임박한 재앙 앞에서 목격하는 아쉬운 사례가 이뿐이 아니다. 지난달 22일 서귀포 호텔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확진자로 밝혀진 이후에도, 직원이 근무하는 호텔이나 주변 기숙사에는 공직자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책임 있는 공직자들이 나와서 현장 폐쇄 등을 지휘하고 관리할 것으로 기대했건만, 모든 일을 해당 업체가 알아서 하도록 사실상 방치했다.

마스크부족 사태에 대해서도 지방정부는 너무 안일하다. 마스크가 부족해 시민들이 연일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 줄을 서고, 대부분 시민이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상황에서도 공직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공직자가 나서서 상급기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지침을 변경할 것을 요청했어야 마땅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인류가 코로나19 위협에 떨고 있는 상황인데 왜 이리 태평한가?

정부와 공직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한다. 그런 책임 때문에 군대와 경찰, 소방서 등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을 운영한다. 또, 그런 책임과 약속을 근거로 국민에게 납세와 병역의 의무 등을 부과한다.

물론 권한과 비용의 한계를 얘기할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침을 따랐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은 자신의 생명을 보호할만한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한이 있다. 중앙정부의 최상부에 국민이 있는데, 그 국민의 권한을 보장하지 못할 바에야 뭐하라고 정부를 운영하나?

재난을 당하는 상황에서는 주민들은 복구에 관심을 쏟는다. 하지만 이 재난이 지나간 후에는 정부와 공직자들이 얼마나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평가할 것이다. 지방정부와 지방공무원도 평가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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