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세계 각지에서 도시 경관은 상당히 파괴되고 훼손됐다. 이에 20세기에 들어서서 세계 각지에서 경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UNESCO 세계유산위원회는 1992년, 세계유산목록에 문화경관이라는 새로운 목록을 추가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문화경관을 ‘인간사회와 취락이 자연적 제약과 영향, 외부와 내부로부터 연속적으로 작용하는 사회·경제·문화적 영향을 받으며 시간을 두고 진화한 과정을 예증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유럽에서는 2000년 10월에는 유럽경관협약(European Landscape Convention)이 채택됐다. 협약은 2004년부터 그 효력이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유럽경관협약은 경관이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의 기본적 구성요소가 되며 인간의 복지와 유럽 정체성 강화에 기여한다고 규정했다. 협약은 전문에 ‘경관은 개인과 사회의 복지에 있어서 핵심 요소이다’라며 ‘경관의 보호, 관리, 계획은 모든 사람들의 권리와 의무를 필요로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2004년에 경관법을 제정했다. 법률은 경관보전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각기 다른 국토교통성, 농림수산성, 문부과학성의 경관 보전 노력을 조정 내지 통합했다. 그리고 원래의 역사적 구조물과 환경을 엄격하게 보존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도시재생의 개념을 가미해 독특한 개성을 가진 활력이 넘치는 공동체를 창조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 경관법을 제정하고 2019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경관법은 경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경관의 보전ㆍ관리 및 형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아름답고 쾌적하며 지역특성이 나타나는 국토환경과 지역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경관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그 절차들을 명시했다.

서귀포시는 세계인들이 감탄할만한 자연경관을 지닌 도시다. 한라산과 그 아래 오름들, 해안에 절벽에 새겨진 다양한 모양의 주상절리, 도시의 남쪽에 올망졸망 자리 잡은 8개의 섬, 해안가로 떨어지는 폭포, 성산일출봉과 송악산, 산방산, 용머리 등 해안가 화산체, 농부들이 가꾼 황금빛 귤, 들판의 억새. 예나 지금이나 처음 찾는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절경이다.

그런데 그런 경관들이 훼손되고 방치된 상태에 놓였다. 한라산 돈내코탐방로는 2009년 재개방된 이후 정비를 전혀 안 했는지 나무계단이 크게 훼손되고 계단에 구멍도 뚫려 있다. 난간은 물기가 먹어 금방이라도 부식될 지경이다.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며 전국 각지에서 탐방객을 불러 모으던 돔베낭골 산책로는 사유지에 막혔다. 막힌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하지만, 사유지에 둘러진 철조망이라니.

제주자치도와 서귀포시는 서귀포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전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과 경관보전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유럽경관협약이 밝힌 것처럼 경관의 관리와 계획은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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