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거쳐 5월 31일 합격자 발표, 지도‧감독 맡던 공무원이어서 논란

자원봉사 만남의 날 행사(사진=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자원봉사 만남의 날 행사(사진=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서귀포시 자원봉사활동을 총괄하는 자원봉사센터 차기 사무국장에 센터의 업무를 관할하는 주무부서 팀장이 선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년이 2년이나 남은 공무원이 행정이 예산을 전액 지원하는 센터의 사무국장 공모에 응모하는 것부터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는 지난달 20일 자원봉사 활성화와 자원봉사센터 운영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사무국장을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센터는 5월 27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하고 28일 심사위원 면접심사를 거쳐 31일에 서귀포시청 강아무개 팀장을 최종합격자를 공고했다. 센터는 2명 응모자 가운데 1명을 합격자로 발표했는데, 지난해 센터 업무를 감독했었던 공무원이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행정이 민간단체에 사무를 위탁한 만큼, 사무국장과 센터장도 당연히 민간인이 맡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정년이 2년이나 남은 공무원이 차기 사무국장에 선정되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무를 맡던 공직자가 본인이 관리‧감독하던 산하기관에 책임자 선정에 응모하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합격자가 센터 사무국장에 응모하기 위해 다른 공무직 직원이 맡던 업무를 자원해 떠맡았는데, 센터 사묵국장에 응모하기 위해 사전에 업무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2월 자원봉사센터 과련 업무는 자치행정팀 공무원 오아무개가 맡고 있었는데, 8월에는 자치지원팀 지방행정 6급 강아무개 팀장(합격자)으로 변경됐다. 공직 내부사정에 밝은 인사는 “이런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라고 말했다.

강아무개 팀장이 센터 사무국장에 응모하기 전에 주변에 “공무원 사직하고 센터로 가겠다”는 말을 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서도 사전에 센터 및 감독기관인 서귀포시청의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인사들과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아무개 팀장이 사무국장으로 채용하는 일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했다.

■공무원을 위탁기관 사무국장에 발탁한 일

이와 관련해 센터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다양하게 구성됐는데, 이들이 응모자가 현재 무슨 일을 하는지 보지 않고 센터가 요구하는 자격조건을 갖췄는지를 확인한다”라며 “만일 공모에 합격했는데도 공무원이어서 정상 출근하지 못하면 그때 다시 새로운 사람을 뽑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사무국장 자격 문제

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는 국장의 자격요건을 ▲자원봉사 관련 분야 3년 이상 또는 자원봉사센터에서 5년 이상 자원봉사 업무를 직접 수행한 경력이 있는 자 ▲비영리법인, 비영리민간단체, 공공법인, 시민사회단체 등 기타기관에서 7년 이상 근무한 자 중 2년 이상 자원봉사 업무를 직접 수행한 경력이 있는 자 등을 포함해 4가지 가운데 한 가지 자격을 충족하면 된다고 했다.

센터는 강아무개 팀장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그리고 2020년에 서귀포시청에서 자원봉사 관련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청에서 공무직이 하던 업무를 2020년 8월에 강 팀장이 맡게 된 일

강 팀장은 서귀포시청 자치행정과에서 근무하며 자원봉사센터 지도감독 업무를 맡다가 교통행정과로 발령돼 업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2020년에 다시 자치행정과로 발령이 났다. 강 팀장은 “2020년에 와서 보니 자치행정과 인력이 18명인데, 관광미항지원팀이 생겨서 인력 유출이 불가피했다”라며 “업무분장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는데, 내가 이전에 해본 일이라 센터 관련 업무를 맡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센터 사무국장에 응모하기 전에 센터로 간다고 밝힌 일

강 팀장은 이와 관련해 “내가 센터 일을 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 미쳤다고 했다”라며 “사무국장 정년이 60세로 공무원 정년과 같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래도 센터에 대해 아는 게 있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그런 의지를 면접관들에게도 얘기했다. 그런데 주변 공직자들에게도 얘기하다보니 그게 퍼져버렸다”라고 말했다.

■이해충돌 논란

이와 관련해 강 팀장은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공무원들은 청탁금지법‧공직자윤리법‧이해충돌방지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라면서 “나는 심사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귀포시는 지난 2003년 8월에 자원봉사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서귀포시자원봉사활동지원조례’를 제정했다. 그리고 2005년 5월 센터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센터를 개소했다.

제주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센터 운영과 관련해 제주자치도와 제주도자원봉사협의회가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센터를 운영한다. 사무국장의 선임도 자원봉사협의회 회장이 결정한다. 사무국장의 임기는 정해지지 않았는데, 정년은 만 60세까지다. 사무국장은 공무원 6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공무원의 호봉도 인정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서귀포시 자원봉사센터의 예산은 4억8900만 원인데, 그 가운데 2억5700만 원이 인건비다. 임직원은 비상임 센터장과 상근직원 8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사무국장은 기획팀 2명과 운영팀 5명 등의 사무를 총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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