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지난 2006년 7월 1일,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서귀포시와 남제주군, 제주시, 북제주군 등)과 기초의회를 폐지했다.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를 유일한 자치단체로 하는 단일광역자치단체가 출범했다.

당시 김태환 도정은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면서 단층제가 행정효율성을 높이고 광역행정을 처리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초자치단체를 ‘혁신안’이라고 포장해 주민들은 투표장으로 불러냈다.

이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반대하는 학자와 단체들은 단층제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도지사에게 권한을 집중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산남-산북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도 했다.

지난 1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논산시장 황명선, 이하 협의회)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5주년을 맞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특별자치도 출범 취지에 부합하도록 주민이 참여하고 직접 선출하는 기초 지방정부와 기초의회를 조속히 회복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협의회는 지난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5주년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는 그동안 6단계에 걸친 제도개선을 통해 4660건의 중앙정부 권한을 이양받아 자치사무와 자치입법을 추진하는 등 제주만의 특별한 행정을 펼치는 성과가 있었다고 전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선 자치시·군을 폐지해 풀뿌리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고, 연방제 수준으로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한다면서도 현장에서 주민자치를 실행하는 기초지방정부인 시·군을 없애버렸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정인이 사건’과 ‘K-방역’에서 기초지방정부의 중요성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그동안 복지업무 대부분이 광역지방정부에 집중됐기 때문에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아동·여성·노인 학대가 끊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방역현장에서 실제로 일을 하는 것은 기초지방정부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협의회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특별자치도 출범 취지에 더욱 부합하도록 제주도에 기초지방정부를 조속히 회복시키라고 촉구했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단일행정체계가 수립되고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는 폐지된 이후 서귀포시민이 겪는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2006년 이후 정부와 제주자치도는 서귀포시에 해군기지, 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등 거대 개발사업을 끊임없이 펼쳤다. 그 때마다 주민들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어떤 사업은 좌초되거나 좌초되고 있고, 어떤 사업은 마무리됐지만 상처만 남겼다.

서귀포시에 시장이 있으되 대형 사업에 대한 권한이 없다보니 주민들은 도청을 찾아 지사와 도청공무원들을 상대로 직접 싸움을 벌여야 했다. 서귀포시는 그야 말로 지역 내 식민지로 전락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지난 15년 동안 도내 정치권은 여야 구분 없이 시민의 자치권 요구에 애써 외면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고사되는 상황인데도, 정부를 향해서는 자치와 분권을 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주도 밖에서 이런 요구가 나온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과 군수, 구청장들이 오죽 보기 민망하면 저랬을까? 도내 정치권이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