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양의 부모님이 남긴 선물함(사진=장태욱 기자)
조 양의 부모님이 마련한 선물함(사진=장태욱 기자)

어린 생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어른들의 무책임함과 부주의가 부른 슬픈 사고였다. 지켜주지 못한 건 어른들의 책임인데, 이제 그런 사고와 고백이 필요없는 세상이면 좋겠다.

지난 9일 비가 오는 초저녁, 예비 중학생인 조 양은 학원을 마치고, 동홍동 메가 커피점 앞 5차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던 승용차가 조 양을 쳤는데, 운전자는 후속 조치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나버렸다고 한다.

조 양은 그렇게 도로에 쓰러져 있었는데, 뒤에 오던 승용차가 쓰러진 조 양을 추가로 쳤다. 어린 생명을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중학교에 입학할 날을 기다리며, 친구들과 공부하던 조 양은 끝내 가족과 친구의 곁을 떠났다.

사고 지점은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사망사고를 포함해 5건의 사고가 발생했던 곳으로 확인됐다. 도로가 넓고, 차량 통행이 잦은 만큼 보행자가 안전하게 지날 수 있도록 최소한 신호등이라도 설치돼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2019년 7월에 민원인의 요청에 따라 교통시설심의위원회에서 신호등 설치 여부를 놓고 의견을 나누기는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렇게 어른들이 이것저것 따지며 안전조치를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자치경찰단이 조 양의 사망사고 이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사고현장의 횡단보도를 옮겨 설치하고 대각선 횡단보도를 추가로 설치하고 신호등 기구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무단횡단을 방지할 수 있도록 펜스를 설치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사고가 난 횡단보도 주변에는 조 양의 가족이 설치한 선물함이 놓여있다. 조 양의 보모는 예쁜 딸을 보내기 위한 추모공간이라며, 49일 동안 잘 관리하고 정리하겠다는 내용으로 메모를 남겼다.

조양의 미래일기 한 편도 눈길을 끈다. 상담원이 꿈인 조양은 앞으로 12년 후인 2034년 어느 날 상담원이 됐을 자신을 상상하며 일기를 썼다. 상담할 때마다 슬픈 일을 상담하니 힘이 빠지는데,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힘이 난다고 썼다. 퇴근 무렵인데, 찾아온 사람이 있어서 다시 추가로 상담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로하고 싶었던 소녀였다. 절망하고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촛불을 밝힐 꿈을 꾸고 있었다. 그 소녀가 보모와 친구의 곁을 떠났다.

조양의 부모는 지금까지 사랑 듬뿍 주며 키운 딸, 영혼이 떠나는 날까지 사랑을 듬뿍 표현하고 싶다며 딸을 사랑하는 부모의 애처로운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3월 말까지 조양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은 캠페인이 사고 현장에서 열린다. 현장에는 어린이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반드시 후속조치를 통해서 귀한 생명을 지켜주자는 내용으로 현수막에 여러 군데에 게시됐다.

‘지져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 더는 아이들에게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이건 온전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책임이다. 늦었지만 조 양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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