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서귀포시장이 23일 취임했다.(사진=서귀포시청 제공)
이종우 서귀포시장이 23일 취임했다.(사진=서귀포시청 제공)

 

이종우 서귀포시장이 23일 취임했다. 지난 19일, 제주도의회 인사청문이 열리고 5일 만이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가족의 사생활이 일부 노출되는 등 불편한 과정을 겪었는데, 무사히 행정시장에 임명됐다.

이종우 시장의 청문 과정에서 농지 자경을 하지 않고 공익형 직불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의회의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정의당과 농민단체 등이 이종우 후보자에 대한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 배우자와 딸이 입에 오르내리고, 살아온 이력을 드러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입었을 내상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직자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예나 지금이나 전혀 가볍지 않으니, 그 무게에 맞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 공직에 나아가려는 자에게, 일반인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시장 취임 과정을 통해 모두가 이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공직은 백성을 돌보고 스스로 자신을 돌봐야 하는 자리다. 공직자가 백성을 돌보기 위해서는 스스로 떳떳해야 하는데, 그 떳떳함의 출발은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준법정신이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 선생은 청렴을 목민관의 본무요 모든 선의 근원이고, 모든 덕의 근본이라고 했다. 그리고 청렴하지 않고서 목민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고 단언했다.

16세기 퇴계와 더불어 영남학파의 두 기둥으로 평가되는 남명 조식은 삶의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고 항상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기 위해서 성성자(惺惺子)라는 방울을 차고 다녔다고 전한다. 이종우 시장을 계기로, 모든 공직자가 가슴에 새겨야 한다.

이종우 시장이 취임했으니, 감당해야 할 일이 산적했다. 우선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고,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기는 시정을 구현해야 한다. 제주 제2공항으로 인한 주민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소통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령화로 치닫는 서귀포시를 젊은 도시로 탈바꿈하는 일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서귀포 도시우회도로 사업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정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눠야 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일차산업을 살리는 일에도 관심을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이종우 시장은 과거 남제주군의회 의장을 역임했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끈끈한 신뢰를 유지한 인사로 통한다. 2002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이바지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신념을 갖고 추진했던 ‘자치와 분권’에도 철학을 함께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공공기관에 진출하기도 했다.

비록 행정시장이지만, ‘자치와 분권’을 향한 신념대로 서귀포시 자치권 회복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주의가 고사하며 활력을 잃어가는 서귀포시가 자치권을 회복해서 한 발 전진할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은 시장으로 남기를 바란다.

새로운 시정의 출발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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