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물가가 주민 생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최근 ‘9월 제주특별자치도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했는데,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다. 1년 전과 비교해 돼지고기는 18.3%, 식용유는 51.7%, 등유는 69.7%, 경유는 35.7%나 올랐다. 이들 항목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물가가 이토록 오른 데는 나름 그만한 이유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폭등했고, 기후위기로 농산물 수급도 불안정해졌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모든 영역에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그런데 제주도가 섬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오른 가격도 있다. 대표적인 게 석유제품과 택배 가격이다. 특히, 여러 차례 반복해서 지적했지만, 택배비 문제는 심각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5월 ‘섬 지역 택배비용 부담 경감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공식 의결했는데, 위원회가 의결한 내용은 섬 지역 택배비 문제와 해법을 잘 보여준다.

국민권익위 발표로는, 제주도 등 섬 지역의 생활물류가 해상을 통해 배송되어 내륙보다 많은 배송비를 부담하고 있다. 택배사들은 섬 지역 배송에 선박 등을 이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권역별로 할증 요금을 부과한다. 게다가 이미 다리가 연결돼 자동차로 배송할 수 있는 섬에도 2000∼7000원의 할증 요금을 부과하는 횡포까지 부린다. 섬 주민으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데도, 추가 배송비 부담 실태에 대한 자료도, 부과 기준도 없다.

제주도도 택배비 피해 섬 지역에 해당한다. 온라인에서 음악CD 한 장을 구매하는 경우에 제주도민은 평균 5500원의 택배비를 부담하는데, 이는 수도권 주민이 부담하는 2500원의 두 배를 넘는다.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는 각 정부부처와 지자체 등에 섬 지역의 택배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조처를 하라고 권고했다.

국토부에는 섬 지역 택배요금 합리화 등을 위해 요금 부과 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생활물류서비스 평가항목과 기준을 마련하라고, 해수부에는 요금부과 근거가 불분명한 자동화물비 부과를 없애고 항만하역 요금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대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통신판매업자가 전자상거래 이용 소비자에게 과다한 추가 배송비를 청구하지 않도록 금지행위 유형을 구체화하라고 제안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안을 받은 각 기관이 공정위 권고를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쉽고 분통 터지는 일은, 그 와중인 감귤 출하 성수기를 앞두고 택배사들은 도민에게 부과하는 택배비를 인상했다는 것이다.

제주자치도가 최근 택배 이용 시 추가 배송비를 부당하게 요구받은 사례 등을 수집한다고 밝혔다. 각 정부부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를 따르는지 확인하고, 문제 해결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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