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표선면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사는 여성 노인이다. 노지감귤 과수원 1200평에 의지해 살아가는데, 최근에는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장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없다. 농약을 살포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은 남의 손을 빌려야 한다.

몇 해 전부터 A씨가 필요할 때마다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 생겼다. 중국 단동 출신 이주 노동자로 3년 전 제주도에 들어와 불법으로 체류하는 노동자 위 씨다. 위 씨는 A씨가 요청할 때마다 직접 일을 해주거나, 대신 일할 사람을 소개해줬다. 위 씨 주변에는 중국에서 들어온 여러 명의 불법 체류자가 있다. A씨는 중국인 불법 체류자의 손을 빌릴 수 있어서 농약을 치거나 비료를 뿌리는 등 영농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A씨가 이들의 손을 빌리기 어렵게 됐다며 근심에 잠겼다. 법무부가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위 씨가 적발돼 중국으로 송환됐기 때문이다. 위 씨 말고도 여러 명의 중국인이 단속에 적발돼 중국으로 송환됐다. 위 씨의 동료 가운데 적발되지 않은 이들은 단속반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숨을 죽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손이 부족해 애를 먹는 사람은 A씨 외에도 많다. 서귀포시 동홍동에서 선과장을 운영하는 B씨도 채용했던 중국인 노동자 2명이 단속에 적발되면서 곤란을 겪는다. 감귤 출하가 본격 시작할 무렵에 일손이 없어지자, 선과장 운영에도 큰 착오가 생겼다. B씨는 “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는데, 농번기를 앞두고 이렇게 하니 수확하는 농민이나 유통하는 상인이나 어려움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5일, 관계부처와 함께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 합동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방역에 중점을 두고 외국인 단속을 펼쳤는데, 최근 불법체류 외국인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이참에 체류 질서를 엄격하게 세우겠다는 게 법무부의 의지다.

이번 정부 합동단속에는 법무부와 경찰청,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경찰청 등 5개 부처가 참여한다. 10월 11일부터 12월 10일까지 택배ㆍ배달대행 등 국민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업종과 유흥업소, 외국인 마약범죄 등 사회적 폐해가 큰 분야를 우선 집중적으로 단속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밀집지역 등 우범지역을 순찰하는 활동도 병행하는데, 단속에 적발된 불법체류 외국인은 강제로 퇴거하고 일정 기간 입국을 금지한다는 확고한 뜻도 전했다.

농촌에서는 이번 정부가 합동단속을 펼치는 과정에서 농민이 불법체류 노동자를 신고한 일도 여러 건이었다고 전한다. 불법체류 노동자의 노임이 제주 사람을 추월하면서, 주민의 반감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

법무무을 중심으로 정부가 합동단속에 나서면서, 분야를 가길 것 없이 인력난이 더욱 심화할 게 확실해졌다. 오영훈 도정과 서귀포시가 인력의 공백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적극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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