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미천 용암폭포(사진=내셔널트러스트)
천미천 용암폭포(사진=내셔널트러스트)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문화유산국민신탁은 훼손 위기에 놓인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주민과 시민단체가 협력해 지켜내자는 취지로 해마다 ‘이곳만은 꼭 지키다’ 공모전을 시행한다. 주민과 단체가 직접 제안하고 대상지를 선정하기까지 과정에서 사회적 관심을 확산해보자는 게 공모전의 취지다.

지난 5월에 제20회 공모전 계획이 발표됐다. 마감 결과 총 16개 대상지가 접수됐고, 1차 네티즌 평가와 2차 서류심사를 통해 현장심사 11개 대상지가 선정됐다. 11개 대상지에는 가덕도 국수봉 100년 숲, 생물 다양성의 보고 거제 사곡만, 개발 위기에 놓인 김해 용두지구, 맨손 어업 문화 남당리 검배섬의 어살, 평택의 배다리생태공원, 위기에 놓인 대전 보문산, 고창의 삼양사해리농장사무소 옛 정미소 시설, 새만금 '수라갯벌', 1937년 건립된 서울 충정아파트 등 다양한 장소의 이름이 올랐다.

제주도에서는 ▲송악산이 만든 하모리층과 사계 해안사구(응모 : 제주 자연의 벗) ▲제주 생명의 원류, 천미천(응모 : 제주환경운동연합)이 현장심사 대상에 올라 서귀포의 자연환경이 다시금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제주 자연의 벗은 응모 이유에 하모리층은 지난 수천 년간 파도와 바람에 깎이며 마치 그랜드캐니언 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았는데, 해안도로와 축구장 조성으로 해안사구 단절과 훼손이 진행됐고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서 염생식물이 사라지고 있다고 제안사유를 밝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천미천이 도내 143개 하천 중에서 가장 긴 하천인데, 그 생태계와 경관도 매우 훌륭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하천 곳곳에 수없이 산재한 소(沼)와 용암폭포는 규모도 크고 경관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물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하천 정비사업으로 하천 바닥과 주변 숲이 훼손되고 있다며 보전 방안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최종 심사에서 제주 생명의 원류, 천미천은 가덕도 국수봉 100년 숲 등 나머지 5개 장소와 함께 수상 대상(환경부장관상)에 올랐다. 22일 문학의 집 서울산림문학관에서 시상식이 열렸는데, 수상자는 각각 상금 100만원을 부상으로 받았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관계자는 “제주는 하천의 특성을 무시하고 육지의 하천정비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제주 생태계 핵심축의 훼손이 심각하다”라며 “천미천 하류의 훼손이 현저하고, 상류까지 하천 정비사업이 확산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제주자치도는 그동안 하천을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큰 예산을 투입해 하천 바닥을 깎아내고 거기서 나온 돌로 벽을 쌓는 공사를 진행했다. 들어간 돈도 문제려니와, 작업 과정에서 생태계와 경관이 심하게 훼손되는 부작용이 반복됐다. 당국이 하천정비 명분으로 홍수 예방을 들었지만, 그런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하천 정비와 재해 예방 사이에서 주민의 지혜를 모을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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