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을 영미권이 전통적인 기념일로 삼는 할로윈(Halloween)이다. 11월 1일 가톨릭 만성절(萬聖節, 모든 성인 대축일)의 전날인 10월 마지막 밤을 귀신 등과 연관 지어 할로윈으로 정한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종교적인 성격보다는 상업적 기념일로 변질해 세계 많은 청년이 술 마시고 노는 날이 됐다. 그런데 그 할로윈이 한국에서 대참사를 상징하는 날로 남게 됐다.

핼러윈을 이틀 앞둔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태원 골목골목 식당과 술집으로 빼곡한데, 그곳에 10만 명이 몰렸다고 전한다. 이곳은 과거에도 할로윈 기념 파티가 열리는 곳이다. 청년들은 2020년 이후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열지 못했던 파티를 오랜만에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가 컸을 것이다.

당시 목격자의 증언으로는 초저녁부터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렸다. 일부 시민은 SNS에 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안전하지 않다는 게시했다. 그리고 사람이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거리에 많은 인파가 몰렸고, 누군가 뒤에서 밀치기 시작하면서, 인파가 무더기로 넘어지며 비명과 고성이 쏟아지는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변했다.

뼈가 부러진 사람, 숨을 쉬지 못해 사망한 사람 등 문명세계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참사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0월 31일 오후 11시 기준, 이태원 참사로 사망자는 155명, 부상자는 152명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대부분이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인데, 제정신인 사회에서는 죽지도 말고 다치지도 말아야 할 소중한 생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30일에 서울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번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사회재난으로는 11번째 사례다. 동해안 산불,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서해안 유조선 기름유출 등 과거 사회적 재난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사회가 조금만 조심하고 대비했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던 사건들이다.

정부는 11월 5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해 행정기관·공공기관의 행사나 모임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고, 모든 관공서와 재외공관에서는 조기를 게양하고 공직자는 애도리본을 달도록 했다.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11월 5일까지 조문객을 받는데, 제주도청에도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긴급 브리핑에서 현장에 그리 많은 인파가 몰리지도 않았고, 경찰과 소방인력을 추가 배치해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뱉은 말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국가에 부여된 가장 기본적인 책무 아닌가? 공직 수장이 이런 태도로 일하면 원인 파악도 재발 방지도 될 수 없는 일이기에, 이 장관의 발언은 경솔하기 짝이 없다.

다시 애도의 시간이다.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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