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장관(사진=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사진=국토교통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이 지난달 말 완료됐다는데 '보완 용역'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노형욱 장관 시절인 지난해 9월 제2공항을 추진할 수 있는 우회수단으로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당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이 형편없이 부실하다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그런 분위기에서 더는 환경부에 동의를 요청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제주 제2공항에 입장을 정하지 못했고, 정권 막판에 가덕도에 대규모 신공항을 짓겠다며 여론몰이를 했다. 정부도 제주 제2공항 사업도 여론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

연구진이 용역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이, 정권이 바뀌어 ‘제2공항 적극 추진’을 내걸었던 윤석율 정부가 출범했다. 제2공항 전도사였던 원희룡 전 지사가 국토부 장관에 취임했다. 환경부가 더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반대 견해를 고수하기 어렵게 됐다.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은 지난달 말에 완료됐다. 아니나 다를까, ‘보완 가능'으로 결론이 났다고 전한다.

국토부는 환경부의 보완 가능성과 방안 등을 담은 용역보고서 내용을 포함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새롭게 작성하고 환경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환경부가 윤석열 정부의 심기를 살펴 동의한다고는 했는데, 국토부는 사업을 추진하려면 제주자치도에 행정 절차를 요청해야 한다.

문제는 국토부가 용역 보고서를 제주도와 도민에게 공개하지 않는 점이다. 사실상 제주도와 도민을 대놓고 무시하는 처사다. 국토부가 제주도와 도민을 배제하고 일을 추진하겠다는 식이다.

이해는 한다. 애초에 기초조사가 부실했으니, 비행안전과 조류 서식지 보호, 맹꽁이 서식지에 대한 영향, 숨골을 보전하는 방안 등이 뾰족하게 나왔을 리 없다. 섣부르게 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가, 반론에 부딪혀 1년 용역이 쓰레기통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국토부 장관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다. 제주 제2공항은 원희룡 장관이 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사업이다. 장관이 돼서도 일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영원히 물 건너 갈 것 같은 절박함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보가 아닌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1991년 정부가 제주도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밀어붙인 사례를 상기해 보라. 2006년부터 강정마을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제주해군기지를 추진했던 기간을 떠올려보라. 순진한 주민을 투사로 만들고, 전과자로 만들고, 죽음으로 내몰았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민주주의와 주민주권을 무시하고 얻은 공항에 무슨 영광과 감격이 있을까? 이청준 선생의 명언대로 명분이 과정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천국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마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루 빨리 용역 보고서를 공개하라.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