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재단을 방문해 재단에 무릎을 꿇은 태영호 의원(사진=태 의원 페이스북)
제주4.3평화재단을 방문해 재단에 무릎을 꿇은 태영호 의원(사진=태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 최고위원(국민의힘, 서울 강남 갑)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즈음해 죽은 김일성을 끌어들이고 4·3희상자와 유족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 ‘화해와 상생’이라는 4·3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저질 국회의원에 언행에 대해 국민의힘이 책임지고 도민에게 답해야 한다.

태영호 의원은 지난 13일 제주도당 합동연설회에 앞서 “제주4.3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발언으로 도민의 공분을 샀다.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한 후에는 “4.3은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 김 씨 정권에 몸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태영호 의원의 발언은 그동안 정부가 제주4·3을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 규정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도 제주4·3의 상처를 치료하는 일에 동참할 뜻을 밝힌 마당에, 무책임한 발언을 내뱉은 태 의원은 비난을 면할 수 없다. 4·3단체와 도내 시민사회단체,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제주도당까지도 태영호 의원을 비난하는 이유다.

정부가 2003년 10월에 발간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는 제주4·3을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해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역사적 사건이라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제주4·3에서 국가의 책임은 절대적이다. 3.1절 발포사건과 오라리 방화사건, 구억초등학교 평화협상, 중산간 초토화, 집단학살, 한국전쟁 당시 예비검속 학살 등 일련의 과정에서 비극을 막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국가권력은 비극을 막는 역할을 다하기는커녕, 제주도를 빨갱이의 섬으로 규정하고 도민 학살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태 의원이 제주4·3이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했지만, 역시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제주4·3 당시 평양의 북조선노동당과 서울의 남조선노동당은 별개의 정당이었다. 그런데 제주4·3 이후 남쪽에서 사회주의 세력이 발을 붙일 수 없게 되자 남로당 요원 상당수가 북으로 넘어가 북조선노동당에 가입했다. 1949년 6월에야 북조선노동당이 남로당을 흡수 합병하는 형식으로 조선노동당이 창건됐다.

태영호 의원은 기본적인 사실을 외면하고 죽은 김일성을 국내 정치에 끌어들였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4·3희생자와 유족이 입은 상처에 소금을 뿌렸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 야권이 태 의원의 사퇴와 국민의힘의 사과를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국민의힘 제주도당까지 나서서 태 의원 징계를 요구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제 태영호를 정치판에 불러들인 국민의힘이 도민의 요구에 책임 있게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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