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가 전국 최초로 시도하고 있는 민관협력의원이 ‘빈 건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귀포시가 지난 1일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의원 사용 허가 입찰 공고’를 개찰한 결과, 지난 1·2차에 이어 3차에서도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관협력의원은 365일 오후 10시까지 진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시설로, 민관협력의원이 있는 대정읍을 비롯해 인근의 안덕면과 제주시 한경면 등 읍면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민관협력의원은 의료 취약지인 읍면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행정이 부지, 건축, 의료 장비 등 기반 시설을 설치·소유하고, 전국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의사(약사)에 병원과 약국 건물, 장비 등을 장기 임대하는 방식이다.
의료 취약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민관협력의원이 개원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 의료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서귀포시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의사마다 선호하는 의료 장비가 다르고, 본인의 진료 목적에 따라 장비를 구입하는데 민관협력의원은 행정이 일괄적으로 구입한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구조”라며 “의원을 운영하려는 의사의 선택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민관협력병원의 운영 측면만 놓고 봤을 때 수요자는 의사고, 공급자는 행정이다. 수요자 의도가 반영되지 않고, 공급자가 이것을 하라고 지정하면서 공급자 의도에 맞는 의사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민관협력의원은 운영자가 민간 의료진이다 보니 의료진은 병원 운영을 위한 수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행정은 읍면지역 등 의료 취약지 공공의료 강화를, 민간 의료진은 수익을 우선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입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의료 이용자 수 추산 수치에 대해 의사들은 ‘장밋빛’ 수치라고 평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서귀포시가 의뢰해 받은 제주대 기술지원단의 타당성 검토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대정읍·안덕면 지역의 제주시권 의원 이용자는 1일 평균 2134명으로 연간 3만3422명이다. 이들의 연간 의원 이용 건수는 52만4938건이며 이에 따른 진료비는 179억7900만원에 이른다. 의사들은 제주시권 의원을 이용하는 주민의 진료과목 등이 파악되지 않아 실제 민관협력의원 이용자 추계가 쉽지 않다고 전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민관협력의원을 운영할 의료진 모집이 계속해서 유찰됨에 따라 6월 한 달 동안 재검토 기간을 갖기로 했다. 민관협력의원에 관심을 보였던 의사들과 소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민관협력의원에 대한 지역주민 관심이 크다. 민관협력의원은 의료취약 지역 주민의 ‘건강권’이 걸린 문제다. 급하다고 졸속으로 처리하지 말고, 급할수록 돌아가더라도 제대로 된 민관협력의원을 개원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