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가 김정문화회관에서 ‘특별한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오는 19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김정문화회관에서 지역 출신 예술인이 참여하는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첫 공연으로 서귀포 출신 신진 음악가 연주회 ‘한 여름날의 꿈’이 열렸다고 한다. 12일에는 서귀포 지역 청소년 댄스 페스티벌 ‘Fly up’, 19일에는 서귀포 지역 전통 예술 단체 ‘풍경 소리’의 ‘세상 풍경, 소리에 담다’ 공연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이 특별한 것은 수준 높은 공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정문화회관 명칭에 붙은 ‘김정’ 여사가 김정문화회관을 서귀포에 기증한 지 올해가 20년째 되는 해기 때문이다. 20여년전 서귀포 지역에는 서귀포문화광장 조성으로 지금은 철거한 옛 서귀포시민회관 이외에는 마땅한 문화시설이 없었다. 당시 재일교포 김정 여사가 20억원 상당의 문화회관 건물을 짓고 서귀포시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지금의 김정문화회관이 탄생했다. 김정문화회관은 이후 공사를 거쳐 2003년 12월 서귀포시에 기증됐다. 올해는 김정 여사가 문화회관을 서귀포시에 기증한 지 꼭 20년째 되는 해다.

김정문화회관은 2004년 2월 개관했다. 통상적으로 ‘개관 00주년’ 등 개관일에 맞춰 특별한 행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서귀포시는 개관일이 아닌, 김정문화회관이 기증된 2003년을 기준으로 기증 20주년을 기념해 특별한 공연을 기획했다. 기증자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김정 여사는 서귀포시 토평동 출신 재일 교포로, 1921년 토평동에서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13세가 될 무렵 대한해협을 건넌 김 여사는 일본에서 건축사업을 통해 자수성가를 이뤄냈다. 이후 그의 나이 81세 때 고향인 서귀포의 문화 발전을 위해 20억원 상당의 김정문화회관을 건립하고 기증했다. 이외에도 성산읍 삼달리 마을회관 건립비 일부와 삼달초등학교 부지 일부를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06년에 김만덕상 경제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2003년 10월 22일 열린 김정문화회관 준공식 및 기증식에서 “양말을 꿰매어 신으면서 어머니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어 20억원을 모았다”라며 “이 문화회관이 서귀포시민의 문화예술 활동에 유익하게 이용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서귀포시가 김정 여사의 나눔을 기억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김정 여사 이외에도 수많은 서귀포 출신 인사와 서귀포 시민이 고향과 지역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건물을 기증한 김정 여사나, 고향과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뜻은 후세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번 특별 공연을 계기로 김정 여사를 포함해 강창학경기장 등을 기부한 강창학 선생과 이름 없이 나눔을 실천한 서귀포 출신 또는 서귀포시민의 나눔이 빛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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