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건설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공동체 회복에 이어 서귀포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상처와 아픔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중심에는 강정마을 주민이 있다. 강정마을 주민은 해군기지 건설 찬성과 반대로 나뉘었다. 한때는 찬성하는 주민은 친척이 찬성 또는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제삿집에도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강정마을 주민은 수백년 이어진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강정마을회는 2021년 5월 31일 제주도, 제주도의회와 ‘다시 부는 상생 화합의 바람’을 주제로 상생·화합 공동 선언식을 개최했다. 이후 민·관·군 상생협의회는 2022년 강정마을 김영관센터 종합운동장에서 제주도청, 해군 제7기동전단, 제주경찰청 등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직·간접인 관계가 있는 기관과 강정마을회가 참가하는 ‘일강정 민·관·군 상생 친선 축구대회’를 열었다. 또 2021년 ‘제주도-도의회-강정마을 상생 화합 공동 선언식’을 기념하며 모범적 갈등 해결 모델을 대내외에 알리고 민관군의 상생·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일강정의날’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일강정의날 행사는 개최 2년 만에 주민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는 마을 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강정마을 주민들은 평가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나타났던 갈등을 치유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등 ‘화해’를 실현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제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지역 균형 발전 등을 위해 제주항의 선석 배정 기준을 당초 14만t에서 10만t급 이하로 변경하고, 10만t급 이상 크루즈는 강정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배정했다. 제주도의 이 같은 조치로 강정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서귀포 지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귀포를 찾은 크루즈 관광객을 서귀포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2021년 12월 제주도에 시내면세점 유치 사업을 건의하는 등 크루즈 효과 극대화를 통한 제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내면세점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유치 여건이 좋지 않아 사실상 유치 중단 상황으로 보인다.
최근 강정마을회가 강정 크루즈터미널 내에 있는 주민편익 시설을 활용해 보세판매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하지만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고 화해를 이룬 강정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강정항에 입항하는 크루즈를 타고 서귀포에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을 서귀포에 머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짜낸 방안이다. 제주도민 사회의 응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평가와 ‘안 된다’는 비아냥은 강정마을 주민을 다시 아프게 하는 행동이 될 것이다. 화해와 상생을 실현하고자 애쓰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노력이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모델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