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영화제 상영은 제주시 위주
서귀포 지역 문화다양성 불균형
예술영화관, 지역 예술의 구심점
문화예술 허브 등 위한 설립 필요
서귀포시가 제주 문화예술의 한 축을 지탱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용 상영관이 없어 지역 문화계의 아쉬움을 낳고 있다. 이는 단순히 영화 관람의 문제를 넘어 예술 향유의 불균형과 문화 다양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공식 지정된 예술영화전용관이 전무하다. 예술영화전용관은 연간 상영 일수의 60% 이상을 영화진흥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인정받은 예술영화를 상영해야 지정받을 수 있다. 지정이 되면 표 요금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 부과가 면제되는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현재 도내에서는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한림작은영화관’이 예술영화전용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영화관은 시내권이 아닌 시외권 주민들도 영화관람을 즐길 수 있도록 도에서 출연한 기금으로 제주 콘텐츠진흥원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예술영화와 함께 일반 멀티플렉스 극장의 대형 상업 영화들도 함께 상영한다.
제주콘텐츠진흥원에서 한림작은영화관 운영을 맡은 한삼희 선임은 “현재 좌석점유율은 30% 후반에서 40% 초반”이라고 전하며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상영관은 아니지만 예술영화전용관으로만 운영하면 점유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도와 비슷한 인구 규모의 천안시에서는 ‘인디플러스 천안’이라는 예술영화관이 운영 중이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광역자치단체 규모에서 예술영화전용관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은 씁쓸한 부분이다.
서귀포 지역의 경우는 더 소외되고 있다. 적은 상영회차나마 한림작은영화관같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자체가 없을뿐더러 제주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영화제의 상영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제주에서 개최되는 ‘제주영화제’, ‘제주혼듸독립영화제’, ‘제주여성영화제’ 등의 상영작들은 모두 제주시에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된다. 올해의 경우 제주영화제와 제주여성영화제는 롯데시네마 제주에서, 제주혼듸독립영화제는 메가박스 제주삼화에서 전작을 상영했다. 상영작들을 보고 싶다면 한 시간 이상 차로 이동해 제주시까지 가야 한다.
서귀포 지역 안에서 예술·독립영화를 접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이다.
제주혼듸독립영화제의 서태수 프로그래머는 “물론 서귀포 지역에서도 상영하고 싶다. 실제로 가능한지 문의해 본 적도 있지만 예산 압박이 크다. 공모사업으로 영화제 예산을 충당하는데 지원 규모가 일정치 않아 계획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제하고 “예산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영화제 운영을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이원화해 운영하기는 힘들다. 서귀포에서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영화제라면 모르겠지만 현재는 인프라 등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와 비슷한 인구수인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예술영화전용관 ‘중앙시네마’를 운영하는 윤동희 대표는 “운영이 쉽진 않지만 지역에서 예술영화를 소비하고 싶은 시민은 항상 존재한다. 문화복지와 다양성을 위해 우리가 있는 것”이라며 “작은 지역이라도 예술인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 전용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영화관의 역할이 상영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예술가들의 전시, 공연 등이 가능한 문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 측면에서 점점 소외되는 서귀포에 예술영화전용관 설립이 필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