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산 제주감귤이 사실상 본격적인 출하철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19일부터 사전출하를 위한 품질검사 신고가 이뤄졌고, 지난달 21일 품질검사를 통과한 올해산 극조생 노지 감귤이 처음 출하됐다. 지난 1일부터는 사전신고를 하지 않고도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가 규정한 상품 규격 맞는 감귤을 출하하고 있다. 10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극조생 노지감귤 출하량도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산 제주감귤이 본격적인 수확철에 접어들었지만 농가는 ‘풍성한 수확의 계절’을 맛보지 못하고 있다. 폭염과 긴 장마, 잦은 호우 등 이상기후로 감귤 재배에 다른 때보다 몇 배, 몇십 배의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후와 기상은 농작물 재배에 핵심적인 요소다.

지난 14일 제주도레드향연구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레드향 농가의 어려움을 전하면서 정부와 제주도의 지원을 호소했다. 제주도레드향연구연합회는 “자체에서 피해 정도가 심한 25곳 2만7400평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최저 50%에서 최대 100%까지 열과 된 농가도 있었으며 평균적으로 83.2%에 달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시름에 빠져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농가들은 상황이 도래되는 대출금과 농자재 대금 상환은 고사하고 생계유지마저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상 기후 등만 감귤 농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유통 구조의 고질적인 문제로 감귤을 포함한 농민은 ‘남 좋은 일’만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상 기후에 노심초사하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터에 나가 농작물을 자식처럼 가꾸며 결실을 거둬도 손에 쥐는 것은 ‘빚’뿐이라는 푸념을 농민들은 길게 늘어놓는다.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농산물유통정보 자료 등을 분석한 감귤 유통비용 등에 따르면 서울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감귤 1kg의 평균 경락 가격이 1660원인 경우 농가는 각종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평균 1040원을 받는다. 소비자 가격은 평균 2500원이다. 1040원을 받은 농가는 농약비, 비료비, 인건비 등을 지출해야 한다.

서귀포시 공식 온라인몰 ‘서귀포in정’이 관심이다. 서귀포in정은 기존 유통구조를 벗어난 형태로 중간 과정을 최소화했다. 서귀포in정은 2021년 1월 15일 론칭해 2024년 9월 기준 매출액 70억원, 누적 매출 23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농가 직거래 원칙을 고수해 작물별로 농가 수취가를 높이고,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에 서귀포시가 인정한 우수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구조가 주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가는 이상기후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농가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유통 구조가 더해지면서 시름을 더 키우고 있다. 행정은 우선 서귀포시 공식 온라인몰 서귀포in정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서귀포in정 성공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제주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을 위한 자료로 활용해 제주 농산물 유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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