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이 심각하다. 특히 서귀포 지역 감귤류 재배 농가 등 1차산업 종사자는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몇 년 사이 집중호우와 고온 현상 등으로 작물 생육이 영향을 받으면서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레드향 농가는 올해 여름철 고온 현상 등으로 감귤 열매가 벌어지는 ‘열과’ 피해가 발생하면서 아예 1년 농사를 포기한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가 폭염으로 인한 레드향 열과 피해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농가로부터 신청서를 받는 것은 다행이다. 서귀포시도 서귀포 지역 17개 읍면사무소 및 동주민센터를 통해 지난 5일부터 오는 14일까지 ‘2024년 7~9월 폭염과 고온으로 인한 레드향 열과 피해 신고’를 받고 있다. 행정은 신고한 필지를 대상으로 현장 정밀 조사를 거쳐 농업재해 대상 필지로 확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피해 조사를 위한 신고 기준은 △피해 농작물의 피해 물량, 피해 면적 과다 신청 금지 △피해 농작물의 사진 및 물량 등 확인이 불분명한 농작물 제외 △비닐하우스 전체 면적이 아닌 실제 재배 및 피해 물량만 입력 등이다.
하지만 이상기후 현상으로 타들어 가는 농가를 보듬기 위한 정책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도는 “레드향 수령별로 조사 시점에 나무에 매달려 있는 열매 수와 ‘2019년 감귤연구센터 등이 참여한 연구용역 자료 등 참고 자료와 비교해 피해율을 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피해 지원 사업 명칭은 ‘2024년 7~9월 폭염과 고온으로 인한 레드향 열과 피해 신고’지만, 피해 규모 산정은 ‘2019년 레드향 수확량 등 참고 자료 대비 현재 조사 시점에 달린 열매 수에 제주도농업기술원이 올해 표본 조사한 레드향 열과율 등’을 적용한다. 즉, 2019년 대비 현재 수확량이 얼마나 줄었고, 이 줄어든 수확량에 제주 전역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레드향 열과율 등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또한 피해 신고 기준에 ‘피해 농작물의 사진 및 물량 등 확인이 불분명한 농작물 제외’가 포함됐지만, 피해 농작물의 사진은 확보할 수 없다. 수개월 전에 열과 현상이 발생했고, 남은 열매라도 수확하기 위해서는 열과 된 열매는 즉시 제거해 폐기했기 때문이다. 현재 조사 시점에서는 줄어든 생산량에서 열과 피해로 인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어려운 농가를 돕고, 지원하는 것은 마땅한 조치다. 그러나 행정은 명확한 기준에 따라 재난 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농가 입장에서는 많지 않은 돈을 지원받고 여러모로 난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열과에 따른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피해 열매를 제거한 농가는 오히려 ‘확인 불분명 농작물’로 분류될 우려가 있다. 고온으로 인한 피해 지원은 어려운 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제라도 행정은 지원 사업 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고, 혹시나 문제가 예상되는 부분이 발견된다면 내부 지침이나 규정 등을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