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는 차량과 보행자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사회간접자본(SOC)이다. 간접자본은 생산 활동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자본으로 도로, 철도, 항만, 통신, 전력, 공공서비스 등을 말한다. 도로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교통 기능이다. 도로는 목적지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는 기능과 물류 이동 및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경제적 기능, 사람들이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회·문화적 기능도 갖고 있다.
서귀포시가 추진하는 강정 악근천-서건도 도시계획도로(소로 1-8호선) 개설 공사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도로가 제주올레 7코스와 중첩되기 때문이다. 제주올레와 맞닿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정 악근천-서건도 도시계획도로 개설 공사가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내년 제주도 예산이 최근 확정됐다. 예산안 편성과 심사 과정에서 제주도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귀포시가 9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1.6km 구간에 해안도로를 개설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해당 해안도로는 공사 구간 양쪽을 연결하기보다는 개설 구간인 1.6km에 한정된 해안도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서 방향의 해안도로 주변 환경을 보면 동쪽으로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법환마을 해안까지 이어지는 도로 종착 지점인 두머니물에서 법환포구까지는 도로가 개설됐다. 하지만, 이 도로는 자동차 통행보다는 산책로 기능이 강한 도로다. 해안도로 서쪽 종착 지점은 악근천으로, 이 지점부터는 해안도로가 아닌 기존 도로인 ‘이어도로’와 연결된다. 도로의 연장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강정 악근천-서건도 도시계획도로에서 한라산 방면으로 북쪽에는 폭 15m의 왕복 2차선 도로인 이어도로가 있다. 이어도로는 교통체증이 심각해 우회 도로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에 개설하는 해안도로보다 도로 폭이 넓고, 도로 양쪽으로 인도가 시설돼 도로 환경은 양호하다.
무엇보다 강정천 -서건도 도시계획도로인 해안도로는 27년 전인 1997년 11월 24일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됐다. 30년 가량 세월이 흐르면서 해안도로 개설을 위해 도시계획도로를 지정한 시점과 현재는 도로 기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일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건도 인근 해안도로를 도시계획도로 지정 시기는 1991년 12월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2001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당시 제주도는 개발과 보전에 대한 도민 사회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기도 했지만, 해안도로 개설 요구가 강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27년이 지난 현재는 자동차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도로의 기능을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7년 전에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됐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서귀포 시민의 정서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도시계획도로 인근 토지주 등이 해안도로 개설에 동의했더라도 도로의 기능과 현재 사회적 상황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