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공립보통학교에서 시작한 남원초 100년사

 

100. 한 세기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단위이다. 한 세기 동안 인간 사회의 문명, 생활 방식, 정치 구조, 환경과 자연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7개 초등학교 중 가장 학생 수가 많은 남원초등학교(교장 고선자)가 올해 개교 100년을 맞았다.

이에 지난 1123일 남원초는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100주년을 기념해 남원초의 옛 전경부터 현재까지 교육의 모습을 담은 남원초 100영상자료를 제작했고, 학생, 학부모, 졸업생 등이 참여한 개교 100주년 기념사진 공모전을 개최해 주민들이 갖고 있던 그 시절 추억이 담긴 다양한 사진을 함께 나누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전 학년이 학교 화단에 학급별 나무를 심는 우리 반 나무 심기 행사를 진행했다. 또한 지난 10월 선배 초청 특강을 열어 선배들이 학교 다닐 때의 이야기 등을 실감 나게 전하기도 했다. 신금이 47회 졸업생은 비 오는 날 비료 포대 한쪽 모서리를 잘라 뒤집어쓰고 책 보따리는 허리에 동여매고 등교했다. 책상 위에는 젖은 책들을 펼쳐 놓아 첫 시간 공부 시작이 어려웠다며 비 오는 날 등교 풍경을 전했다. 그리고 28회 졸업생인 양성언 전 도교육감은 남원국민학교 의귀분교장에서 4학년을 마치고 본교인 남원교에서 5학년을 다니며 졸업했다. 여러 학생이 4km 넘는 길을 걸어 학교에 다녔다. 가끔은 고작 고구마 몇 개를 책 보따리에 싸 와서 먹곤 했다. 어떤 때는 고구마 몇 개를 주머니에 넣고 가다 등굣길 중간 지점 돌담 사이나 나뭇가지에 숨겨 놓았다가 집에 돌아올 때 찾아 먹곤 했는데, 그것도 뒤에 오는 친구들에게 들켜 실패하곤 했다라고 그때 그 시절의 그리운 추억담을 전했다.

1924년부터 현재까지 남원초의 발자취

19241124일 서중 공립 보통학교 4년제 4학급으로 개교해 1935년 남원 공립 보통학교로 개명하며 2년 뒤, 6년제 6학급이 됐다. 1941년 남원공립국민학교로 개명 후 194811284·3사건으로 교실이 전소됐다. 이후 1950년 남원국민학교로 개명했고, 19517개의 교실을 복구했다. 20여 년이 지난 1973년 학구민이 부담해 1423평의 부지를 매입해 학교를 확충했다. 지역 주민의 교육에 대한 열의를 엿볼 수 있다. 이를 계기로 197713학급으로 인가받았다. 1996년 전국의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개명했다. 그 후 남원초는 2008년 예술꽃씨앗학교를 운영하며 영화 교육 과정의 시발점이 됐다.

남원초는 100년이 흐르는 동안 632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전도소년체전 야구부 우승·남자배구 우승, 교육부 장관 우수학교 표창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다져왔다.

2008년 영화 교육을 시작으로 현재 남원초는 제주형자율학교 문예체학교로 영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나를 세우고 세상과 연결하는 영화 같은 학교를 비전으로 세우고 전 학년이 영화 교육 과정에 참여한다.

올해는 68차시로 영화 교육 과정을 별도로 구성해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영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년별 눈높이에 맞는 교육 과정을 운영했다. 1·2학년은 사진 촬영하기 등 영화 제작을 위한 기본 활동 교육, 3·4학년은 본격적인 영화 제작 전 동영상 제작 등 기초 다지기 교육, 5·6학년은 이러한 기본 교육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직접 영화를 제작했다. 시나리오 배우처럼 말해보기, 자기 감정 표현하기, 영화 캐릭터 만들어 보기, 동화책 실감 나게 읽기, 인형극 해보기, 전문 강사 초청 연극 체험해 보기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경험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육 과정을 이끌고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는 교사들의 역량 강화에도 중요성을 뒀다. 영화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타학교 교사를 초빙해 연수도 진행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특강도 개최하며, 전문가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찍고, 편집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교수 방법 영상 교육 등으로 꾸준히 교사 역량을 높여 갔다.

영화 교육 과정을 운영한 지 벌써 15년여가 흘렀다. 그간의 노력으로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대상,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대상 수상 등 최근까지 거의 매년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대회에서 수상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81회로 시작한 남원꿈빛어린이영화제를 꾸준히 개최해 올해 17회를 맞았다.

이외에도 여름 방학을 이용해 꿈나무필름아트캠프를 개최하며 전문가들과 함께 영화 제작의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이는 지역 내 신영 영화 박물관과 이와 관련된 영화 분야 전문가들, 그리고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다.

또한, 올해 7월에는 남원초 공간혁신 사업으로 학교 내 영화관인 꿈빛 시네마를 조성했다. 영화관이 없는 남원읍에서 학생, 학부모, 지역 주민을 위해 영화 상영의 기회를 전하고자 한다.

세상과 연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영화 교육

고선자 교장은 남원초는 특히 졸업생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특별하다. 총동문회가 100주년 기념식 조형물 제작과 100년사 발간 등에 중심이 되어 학교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이 과정에서 지역에 증조부부터 자녀에 이르는 4대가 모두 남원초 졸업생인 2가구를 발굴해 100주년 기념식에서 공로패를 전달하는 일화도 있었다고 전했다.

“100주년 기념식에 많은 주민이 참석해 역사관을 둘러보며 추억을 나누었다. 40회 졸업생 정종호씨는 본인이 보관하고 있던 졸업 앨범을 흔쾌히 기증해 주기도 했다며 미담을 나눴다.

영화 교육 과정 학교에 대해서 고선자 교장은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영화는 종합예술로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친구에 대한 우정, 가족애, 남녀 간의 러브스토리, 학교 일상에서 보는 시선 등 세상에 나아가기 전 나를 잘 정립하고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갔을 때 이 세상과 연결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영화를 통해서 배우게 된다.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타인의 삶을 연기하고 촬영, 편집하며 하나의 영화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과 연결하는 법을 익힌다. 이런 경험이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좋은 경험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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