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2024년은 ‘푸른 용의 해’다. 십이지 가운데 다섯 번째 동물인 용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용은 옛날부터 마치 어딘가에 숨어 살고 있는 신성한 동물처럼 여겨지고 있다. 

풍요와 호국을 상징하는 푸른 용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 푸른 용의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연이어 충격과 고통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풍요와 호국을 위협하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국민 상당수로부터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오후 11시를 기해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선포된 비상계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북과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비상계엄 선포에 충격을 받았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국민의 저항으로 비상계엄 사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이란 기록을 남겼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았다.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안도 가결되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제주도민 2명을 포함해 179명이 소중한 생명이 스러졌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승무원과 승객 179명이 숨졌다. 승무원 2명은 구조됐다. 하루아침에 가족과 연인, 친구를 잃은 고통을 겪고 있다. 유가족은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번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 참사의 고통을 나누고 있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서귀포 시민도 애도의 뜻을 보내고 있다.

숨이 가쁘게 돌아가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에 이어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 일상적인 상황에서 참변을 당하는 등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어수선하다. 올해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서귀포에서도 수많은 일이 일어났다. 힘든 상황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서귀포 출신 오예진 사격 선수가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치 분야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이어졌다. 서귀포시 선거구 국회의원을 비롯해 서귀포 출신 국회의원을 3명이나 배출했다. 2000년대 들어서 2004년 실시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귀포시 선거구 국회의원과 당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등 2명이 나온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다.

2024년은 혼란과 도전 속에서도 서귀포가 자신만의 길을 모색하며 가능성을 확인한 한해였다. 서귀포는 아름다운 자연과 단단한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변화의 중심에 세울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푸른 뱀의 해’인 2025년 을사년(乙巳年)에는 서귀포 시민 모두가 현실에 안주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한 걸음 전진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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