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가 사람이 걷기 좋은 도시 조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2월 말 현재 서귀포 지역 등록 자동차는 11만444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을 제외한 인구 18만1444명과 비교하면 0.61명당 1대의 자동차를 등록한 셈이다. 0세~19세 인구가 2만9365인 것을 감안하면 20세 이상 인구는 15만2078명으로, 서귀포 지역 등록 자동차는 성인 0.73명당 1대꼴이다. 자동차 등록 대수와 인구당 대수는 제주도 전체와 전국과 비교했을 때 다소 적지만 서귀포 지역도 자동차가 많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서귀포시가 도로 정책을 자동차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쾌적한 보행 환경을 조성해 어린이나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 등을 포함한 모두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방침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보행 환경을 개선하면 인도에서 문화예술 공연도 하고, 시민과 관광객이 걷다가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거리 공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한적인 공간에서 보행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아도 막힌 도로가 더 엉망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십년 동안 자동차를 이용하던 습관을 행정이 계획한 것에 따라 갑자기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도심 환경 개선을 위한 시도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도로를 자동차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도는 15년 전에도 있었다. 2010년 4월 서귀포시는 당시 이중섭 문화의 거리를 매주 토요일 차 없는 거리로 지정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이중섭 문화의 거리 조성 사업이 2010년 마무리됨에 따라 서귀포시는 2010년 4월 1일부터 이중섭 문화의 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한 것이다. 당시 서귀포시는 침체한 서귀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고, 이중섭 거리 일대를 제주 지역 문화예술인에게 개방해 자율적인 거리공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명동로도 정부의 보행우선구역 조성 사업 대상 지역에 선정되면서 가로환경 개선 사업이 추진됐다.

이중섭 문화의 거리를 대상으로 한 주말 차 없는 거리와 명동로 보행우선구역 조성은 ‘용두사미’로 전락한 것이 사실이다. 이들 사업은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거리를 문화예술 공연의 장으로 조성해 서귀포매일올레시장과 중정로, 명동로, 이중섭로 등 주변 상권 등 서귀포 지역 경제와 관광을 활성화하려는 시도였다. 시도와 기대는 좋았지만, 현실은 행정의 기대를 반영하지 못했다.

서귀포시가 웰니스 거리나 명동로.이중섭로 보행자 전용길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 사업이 실패한다면 향후 사람 중심 거리 조성 사업은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희망찬 이상보다는 냉혹한 현실을 철저히 분석해 느리더라도 조금씩 바꿔가면서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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