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내 서귀포면세마트
소주·맥주 등 주류만 구매 가능
보훈단체장들 “타 지역과 차별…
큰 혜택 바라는 것 아니 허탈해”
최근 해군강정기지 김영관 센터 내 ‘면세주류마트’를 방문했다. 서귀포시 지역의 유일한 군마트인 이곳에서는 주류만 판매하고 있어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들의 실질적인 복지 혜택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한된 복지 혜택과 현황
마트 관계자는 “군인과 직계가족이 아닌 유공자 등 이용자격을 갖춘 이용객은 전체 이용인원의 20~30% 정도”라고 전했다. 군인이 아닌 보훈대상자가 이용할 수 있는 주류는 소주와 맥주로 제한됐다. 위스키와 와인 등의 기타 주류는 군 복무 중인 군인과 군무원에게만 할당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기도 하남 지역에 거주하는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는 “가까운 영외마트에서 고기를 비롯해서 거의 모든 생필품과 공산품을 자주 산다”라고 말했다.
제주도보훈청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서귀포 지역에 등록된 보훈대상자는 3735명에 달한다.
서귀포시 지역 보훈단체 7개(△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전몰군경미망인회 △무공수훈자회 △한국전참전유공자회 △월남전참전자회 △특수임무유공자회)의 등록회원만 해도 올해 3월 기준 2104명이다.
영외마트에서 저렴하게 구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대상자들로 대부분은 70대 이상 고령자다. 이에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영외마트와 같은 복지시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보훈단체장들의 목소리
서귀포시 보훈회관에서 만난 오대수 상이군경회장, 변영근 전몰군경유족회장, 조택규 특수임무자회장은 입을 모아 서귀포시에 영외마트가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오대수 회장은 “서귀포에 영외마트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도청 근처 GS편의점에 가봤는데 편의점이라 그런지 살 것은 많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향이 부산인 조택규 회장은 “부산 김해공항 근처에 있는 영외마트를 가봤는데 거기서 물건을 많이 구입했다. 아침 9시부터 줄을 서있더라. 해운대쪽에도 큰 영외마트가 하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서귀포에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은데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보훈단체장들은 “말로는 보훈단체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 예산이다. 운영비가 턱없이 부족하고 보훈회관 건물 운영도 어렵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오대수 회장은 “충혼묘지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해도 예우를 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며 “그런 행사에서 식대라도 조금만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형평성 문제와 개선 필요성
보훈단체장들은 교통편에서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육지부에 거주하는 국가유공자는 KTX를 1년에 6회까지 무임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6회 초과 시부터는 운임의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도내에 거주하는 국가유공자들은 이런 혜택에서 소외됐다.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KTX가 아닌 항공편이기 때문이다.
여러 항공사가 국가유공자들에게 40~50% 할인혜택을 제공하지만, 정작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항공권의 기준은 일반 운임으로 특가나 할인 항공권에 비해 한참 비싸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이는 고령의 국가유공자가 가족 방문이나 의료 목적으로 제주 이외의 지역을 오가야 할 때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고정 수입에 의존하는 노령 국가유공자들에게 생활비 절감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란 게 보훈대상자의 주장이다.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들에 대한 예우가 복지를 넘어 국가의 의무이자 사회적 책임이라는 점에서, 보훈대상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