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산 감귤 출하가 시작됐다. 통상적으로 감귤 본격 출하 시기는 극조생 노지감귤 수확철인 10월 이후다. 4월 말 전후가 노지감귤 나무의 개화 시점인 것과 비교하면 4월에 2025년산 감귤 출하를 말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지만, 가온 하우스가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서귀포시는 지난 28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의 감귤 농가에서 올해산 가온재배 하우스 감귤을 처음 수확했다고 밝혔다. 이 농가는 3305㎡ 규모의 하우스에서 ‘궁천조생’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올해 수확한 감귤은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으로 출하될 예정이라고 한다.

평균 4월 25일을 전후한 극조기 가온 감귤 수확을 시작으로, 10월~11월 노지 극조생, 11월~12월 노지 조생감귤 출하가 이어진다. 이어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황금향, 레드향, 한라봉, 천혜향, 카라향 등 만감류를 수확한다. 1년 내내 감귤류가 시장에 공급되는 ‘연중 출하 시스템’이 구축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산 가온재배 하우스 감귤 첫 수확 현장에는 오순문 서귀포시장과 시 공무원들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농가는 난방비 상승, 고물가, 고유가 등으로 인한 농경영비 증가로 겪는 어려움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우스 감귤이 고품질 농산물로서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대형 유통망 연계와 홍보·판촉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서귀포시가 밝힌 대책을 눈여겨봐야 한다. 보도자료에 담긴 지원책은 정제된 표현을 사용했지만, 다소 원론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서귀포시가 강조한 유통과 홍보·판촉 강화는 농협이 주도적으로 맡아야 할 분야다. 감귤 유통은 농협의 핵심 업무이고, 원활한 유통을 위한 홍보·판촉 역시 농협의 전문 영역이다. 서귀포시는 행정기관으로서 농업 정책 수립과 고품질 생산 기반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재배 방법 및 품종개량 등 기술 개발을 맡고, 농가는 고품질 감귤 생산에 매진하는 식으로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감귤은 제주에서 ‘정치 작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감귤 농가와 감귤 산업 종사자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행정이 정책은 물론 유통과 홍보·판촉까지 모든 분야에 손을 대는 것이 현실이 됐다. 실제로 행정이 감귤 유통 처리 계획을 수립하고, 감귤 홍보 행사를 주도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연중 출하 시스템을 갖춘 감귤 산업이 소비자 신뢰를 얻고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행정, 농협, 농가 모두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농가도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로 작황이 나쁘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다”고 주장하며 대책을 요구하기에 앞서, 품질 향상과 경영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행정과 농협 역시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각자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감귤 산업의 미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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