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신문이 만난 사람]홀로사는노인지원센터 동행합창단

서귀포시 홀로 사는 노인지원센터 ‘동행합창단’은 서귀포 지역 홀로 사는 어르신이 활동하고 있다.  동행합창단은 하나의 문화활동을 넘어, 서귀포시의 고령자 돌봄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귀포시 홀로 사는 노인지원센터 ‘동행합창단’은 서귀포 지역 홀로 사는 어르신이 활동하고 있다.  동행합창단은 하나의 문화활동을 넘어, 서귀포시의 고령자 돌봄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귀포 지역 홀로 사는 어르신의 삶에 조용한 울림이 일기 시작했다. 어르신이 노래를 통해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젊었을 때는 정말 고우셨던 분이고, 한가닥 했었는데, 나이가 들고 거동도 불편하다보니까 어르신들이 우울감도 생기고, 무기력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이 합창 연습을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활력소를 되찾은 것 같아요” 서귀포시 홀로 사는 노인 지원센터 동행합창단 창단부터 함께하고 있는 김익수 단장(75)은 동행합창단이 어르신의 ‘벗’이라고 강조한다.

2021년 창단한 동행합창단은 ‘동행시니어 합창단’으로 시작하다가 지난해부터는 ‘동행합창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하고 있다. 동행합창단은 이제 서귀포 지역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가장 따뜻한 이름이 됐다. 매주 연습실에 모여 함께 노래하고 웃는다. 그 중심엔 김익수 단장이 있다.

서귀포시는 제주에서도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이다. 배우자나 친구를 잃고, 점점 말수가 줄고 외출이 뜸해지는 어르신의 고립을 끊고자 (사)더사람 서귀포시 홀로사는 노인 지원센터가 만든 모임이 동행합창단이다.

김익수 단장은 과거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를 10년 넘도록 했고, 서귀포시립합창단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김 단장은 “젊었을 땐 지휘를 직업처럼, 의무적으로 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나이든 지금은 젊었을 때와 다릅니다. 지금은 기다려지고, 마음으로 합니다. 단원의 삶의 무게, 그 목소리에 담긴 진심을 들을 때마다 제가 더 배웁니다”라고 덧붙였다.

단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단원은 올해 91세다. 합창단 활동을 시작한 이후 단 한번도 연습에 빠지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김 단장은 “나이가 들다보니 젊은 사람보다 거동이 조금 불편하지만 늘 먼저 도착하고, 결석하는 단원이 있으면 전화로 안부를 묻는 등 ‘큰 언니’ 역할도 합니다. 합창단원 마음 속에는 시대가 있고, 인생이 있어요”라고 강조했다.

김익수 동행합창단 단장
김익수 동행합창단 단장

동행합창단 창단 초기에는 합창단 활동을 시작한 어르신들은 합창단을 ‘노래교실’로 이해해 대중가요를 부르고, 배우는 단체라고 생각했었다. 대중가요 교실로 생각하고 왔던 어르신들이 가곡에 대한 부담을 느끼다보니 처음에는 가곡과 대중가요를 함께 불렀다. 이제는 대중가요뿐만 아니라 가곡과 외국 민요도 부르는 합창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 단장은 “어르신들이 ‘가곡은 어려워요’라고 말하곤 했어요”라며 “낮은 음의 노래만 부르시던 어르신들이 연습의 결과 이제는 한 옥타브를 올려 고음도 잘 냅니다. 한 옥타브를 올리는 데 1년이 걸렸지만, 어르신 모두 성공했습니다”고 말했다.

어르신 합창단이다보니 연습 시간은 40분씩 나눠서 한다. 40분 연습하고 난후 10분 동안은 이야기를 하면서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다시 40분 연습하고 연습을 마무리한다.

공연은 매년 2~3회 가량 하고 있다. 김 단장은 “무대는 단지 결과가 아니라, 함께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라며 “동행합창단은 삶의 쉼표이자, 느낌표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행합창단의 목적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서로 소통하고 위로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매주 깨닫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단장은 “동행합창단 단원 덕분에 이 합창단이 있고, 저도 살아갑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기쁨, 쉼터, 활력소가 되어 줍시다”라며 단원들에게 마음도 전했다. 

서귀포시 홀로사는 노인지원센터 동행합창단은 하나의 문화활동을 넘어, 서귀포시의 고령자 돌봄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고, 무대에 설 수 있는 존재감을 되찾으며, 어르신들은 ‘노년의 전성기’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윤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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