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는 한때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가고 싶어 하던 관광지이자,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혔다. 온화한 기후와 천혜의 자연환경은 살고 싶은 도시의 원천이었다. 2013년 서울신문과 연세대학교가 공동 주관한 평가에서는 ‘전국 인구 25만 도시 중 가장 살기 좋은 지역’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의 지방자치 경쟁력 지수(KLCI)에서 경영성과 부문 1위, 한국경제신문과 한국외국어대학교가 발표한 지방 브랜드 경쟁력 지수(KLBCI)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도시’라는 찬사는 서귀포시에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서귀포가 정말 살기 좋은 도시가 맞는가”라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민의 삶을 떠받치는 정주 여건과 의료·교육·문화 등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가 충실히 갖춰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지금 서귀포시는 그 기준에 부합하는 도시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서귀포 지역의 의료 인프라의 취약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서귀포시에는 종합병원이 단 한 곳, 그것도 공공의료기관인 서귀포의료원뿐이다. 민간 병원이 진출하지 않는 지역 현실 탓에 공공이 나서고 있지만, 시민 신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시민이 중증 질환이나 사고를 당하면 제주시 지역이나, 서울 등 대도시 지역 병원을 선호하며,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중증 응급환자가 이송되는 도중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례도 발생했었다.

서귀포시가 더는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은 바로 이런 의료 공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의 의료 기반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 ‘정주 도시’로서의 매력은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제주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월 준공된 서귀포의료원 급성기 병상 병동이 대표적이다. 급성기 병상은 심각한 상태의 환자에게 집중 치료를 제공하는 시설로,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서귀포의료원에서 1차 응급조치를 거쳐 생명을 안정시킨 뒤, 필요시에는 도내 종합병원이나 헬기를 통한 도외 병원 이송까지 연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 체계가 실제로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병원의 존재 이유는 결국 생명을 살리는 데 있다. 서귀포의료원이 지역의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

‘살기 좋은 도시’란 이름은 과거의 수식어가 돼선 안 된다. 서귀포가 다시 국민이 부러워하는 도시, 시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 기반부터 단단히 다져야 한다. 서귀포 시민도 달라진 서귀포 의료 시스템을 믿고 서귀포의료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의료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서귀포의료원도 시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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