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가 올해산 제주 감귤 출하를 앞두고 감귤 유통 질서 확립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매년 반복되는 비상품 감귤 출하 행위가 올해는 근절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서귀포시는 오는 26일까지 2025년 감귤 품질검사원 신고서를 접수하고 있다.
감귤을 상품용으로 출하하려는 감귤선과장은 대표를 포함해 3명 이내의 품질검사원을 둬야 한다. 또 감귤선과장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 선별 시설을 갖춰 택배 등으로 하루 300㎏을 초과해 직거래할 때도 1명 이상의 품질검사원을 매년 8월 말까지 서귀포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온주밀감·만감류 등 제주 감귤은 조례가 정한 상품 품질기준에 맞는 감귤만 출하할 수 있다. 품질검사원은 선과장이 출하하려는 감귤이 상품 기준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고, 상품 감귤이 맞다면 감귤 포장 상자에 검사필을 표시해야 한다. 품질검사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감귤선과장에서 후숙·강제 착색, 품질검사 미이행, 포장 상자 품질 미표시, 상품 외 감귤 출하·유통 등의 행위가 적발되면 행정은 품질검사원을 해촉할 수 있다. 품질검사원이 모두 해촉된 선과장은 해촉된 날부터 2년간 품질검사원을 위촉할 수 없으며, 품질검사원이 없는 선과장은 감귤 출하 자체가 불가능하다.
행정이 비상품 감귤 출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품질검사원 제도를 도입하고, 검사원이 없는 선과장은 출하할 수 없게 한 것은 감귤 가격 안정화와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한 장치다.
출하 물량 조절을 통해 적절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맛없는 비상품 감귤이 전체 감귤 가격 형성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감귤은 품종별로 출하 시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가격과 소비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특정 품종의 품질이 떨어지면 이후 출하되는 감귤류 소비까지 위축될 수 있다. 행정은 비상품 감귤 출하를 강력히 제한하는 이유다.
비상품 감귤은 단순히 외형이 좋지 않은 ‘못난이 감귤’이 아니다. 덜 익은 감귤을 수확해 착색제를 사용하는 등 이른바 ‘비양심 감귤’이 문제다.
다만 제도는 마련돼 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년 비상품 감귤이 시장에 유통되고, 이를 판매한 유통인도 적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강력한 제도라 해도 이를 빠져나가려는 ‘비양심’ 앞에서는 한계가 있다.
제도만큼이나 사회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거래 계약을 한 선과장이 덜 익은 감귤 수확을 요구하면 농가는 이를 거절해야 한다. 그러나 농가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수확해 나무 수세를 회복하고 영농 일정을 여유롭게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행정은 덜 익은 감귤 수확을 거절한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감귤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 하더라도 개별 농가 차원에서는 손해를 볼 것이 없다는 인식이 비상품 감귤 수확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채찍만으로는 어렵다. 채찍과 함께 당근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