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이 난항을 겪으면서 서귀포 시민만 속앓이하고 있다. 개편 논의에 밀려 인구수 감소 현상을 겪는 서귀포 원도심 지역의 행정동을 하나로 합치는 ‘과소동 통폐합’ 논의가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22년 8월 30일 행정체제 개편위원회를 구성했다. 행정체제 개편위원회는 도민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 공론화와 내부 논의를 거쳐 지난해 1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폐지된 시군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도입하고 현행 2개 행정구역을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등 3개로 재편(국회의원 선거구 기준)’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안을 제주도에 권고했다. 제주도는 이를 수용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6월 실시 예정인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동제주시장, 서제주시장, 서귀포시장을 시민이 직접 선출하고, 내년 7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제주시를 둘로 나눌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은 지난해 11월 제주시 분리를 막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주도의회 역시 기초자치단체 수 등을 묻는 도민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행정체제 개편이 표류하면서 서귀포 시민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귀포 12개 동 가운데 4개 행정동으로 나뉜 법정동인 ‘서귀동’ 지역 주민은 불편을 겪고 있다. 행정 입장에서도 4개 행정동을 운영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인력과 예산 중복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구수와 생활권, 행정 효율성 등을 고려한 과소동 통폐합 논의는 행정체제 개편에 묻혀 공론화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1981년 7월 1일 서귀읍과 중문면을 통합하면서 서귀포시로 승격됐다. 당시 서귀포시 산하에 12개 행정동을 설치한 이후 4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택지 개발과 구도심 인구 감소 등으로 인구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행정 서비스 편차도 커지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 등을 위해서라도 현행 행정동인 정방동, 중앙동, 천지동과 송산동 일부를 법정동인 서귀동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2023년 인구와 지역 면적 등을 고려해 제주도 행정구역을 조정한다는 방침을 마련하고 ‘불합리한 행정구역 조정 TF팀’을 가동했다.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불합리한 제주도 행정구역 조정 작업은 주춤거리는 상태다.

행정체제 개편이 좌절된다면 서귀포 원도심 지역 행정동 통폐합은 논의조차 해보지 못한 채 또다시 기약 없이 시간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서귀포 원도심 활성화와 주민의 행정 서비스 보장권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체제 개편과 상관없이 서귀포 동 지역 과소동 통폐합 논의는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원도심 활성화와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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