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500만원, 9월20일 서귀포문학제에서 시상
90편 접수 중 법환포구 소재 작품 최종 선정
한국문인협회서귀포지부(회장 정영자, 이하 서귀포문협)와 서귀포칠십리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이승익, 이하 서귀포문학상운영위)는 제4회 칠십리문학상 당선작으로 강영란 시인의 '막숙개 펫돌'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칠십리문학상 본심 심사위원 4명은 지난 23일 예비심사를 거쳐 올라온 시 후보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하고 최종 당선작을 결정했다.
앞서 서귀포칠십리문학상운영위는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최근 5년 이내 서귀포를 주제로 발표한 시 작품을 대상으로 서귀포칠십리문학상 후보작품을 전국에 공모했고, 그 결과 모두 90편이 접수됐다.
1차 예비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은 이 90편 중 예심을 통과한 22편을 본심에 넘겼고, 본심 심사위원들은 이날 최종 수상작을 가려내기 위한 심사를 진행했다.
'막숙개 펫돌' 중 '막숙개'는 법환포구를, '펫돌'은 제주어로 포구에 배들이 들고나는 기준이 되는 수위계(水位計) 역할을 하는 돌이다.
옛날 제주 어부들이 출항과 귀항의 시표(視標)로 삼은 돌을 소재로 한 시 '막숙개 펫돌'은 펫돌을 '우리의 삶'으로 환유하고 제주인의 정서와 서정적 리듬을 잔잔하게 살려내면서 인생의 가치와 덧없음을 포착해낸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심사에는 심사위원장에 나기철 시인을 비롯해 이정환 시인(전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이형우 문학평론가(전 성결대 교수), 김광렬 시인(전 제주작가회의 회장)이 참여했다.
이형우 문학평론가는 심사평을 통해 "수상작인 '막숙개 펫돌'은 서귀포의 모성을 제주와 이 땅 어머니의 심상으로 단단하게 승화시킨 작품"이라며 "강영란 시인의 다른 작품 역시 오랜 내공이 보인다. 더 심원한 작품 활동을 펼치리라 확신한다"고 평했다.
강영란 시인은 당선소감에서 "폭염 속 하우스 안에서 한라봉 열매 매달기를 하다가 제 작품이 서귀포칠십리문학상 당선작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너무 기뻐서 한동안 말을 제대로 못했다"며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자리를 마련해주신 모든 분께도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수상자는 서귀포시장이 수여하는 상금 500만원과 상패를 받는다. 시상식은 서귀포문학상, 서귀포시장의 공로 문협회원에 대한 표창과 함께 내달 20일 서귀포시내 엠스테이호텔에서 개최되는 서귀포세미나 및 문학제에서 열릴 예정이다.
《당선작》
막숙개 펫돌
강영란
서귀포에는 돌도 참 지극한 마음을 가져서
사람을 보호하고 마을을 지켜 내는 일을 하는 거지
막숙 포구에는
물의 페적을 몸에 긋는 일로 한 생이 가는
바다 깊이를 어림짐작해 보고
배가 포구로 들어올지 나갈지를 가늠해 볼 때면
마지막 기도 끝 십자성호 긋듯
돌에게 모든 걸 맡기게 되니 돌도 그걸 아는 거여서
저렇게 철벅철벅 젖는 거다
어머니 자리도 늘 그런
비탈밭 굴러운 돌에 찧어 튀어나온 엄지발가락 뼈
습신도 걸리는 몸의 페적
먼바다로
먼바다로 밀려가다 범섬쯤에 닿으면
매일을 뜨고 지던 별 하나가
쉬었다 넘어가는 수묵담채빛 저녁
맹심허멍 살아 산다
죽어서도 산 사람을 걱정하는
십자성 끝자리
펫돌 하나 놓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