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가 서귀포 시민과 함께 했던 옛 관광극장 건물 철거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제주지역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건물 철거 중단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서귀포시의 ‘행정 중심적’ 일처리와 시민 사회의 ‘때 늦은 대응’이 지붕이 없던 건물을 아예 지붕과 벽면 일부가 없는 ‘위험한 조형물’로 만들 우려를 키우고 있다.
1960년 준공돼 1963년 당시 서귀읍 최초의 극장으로 개관한 옛 관광극장은 지역민의 문화공간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93년 화재가 발생해 피해를 입으면서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화재 피해 복구 후 다시 영화관 영업을 재개했지만 1999년 결국 폐업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폐업 이후 소유주가 건물 관리 방안을 찾았지만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활용되지 못한 채 10년 넘게 방치됐다.
관광극장은 2009년 지붕이 무너지는 등 노후가 가속화됐다. 일부 비양심 시민과 관광객은 이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등 ‘깨진 유리창 이론’을 증명하기도 했다. 서귀포시는 건물 소유주와 협의를 통해 사용권을 확보한 이후 건물을 정비했다. 무너진 천정을 그대로 살려 ‘지붕없는 극장’으로 조성해 야외공연장, 전시실 등 문화공간으로 활용했다. 서귀포시는 관광극장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주민 의견을 수용해 2023년 12월 건물과 부지 등을 사들였다.
관광극장은 서귀포시가 공공을 위해 활용할 때부터 안전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10년 동안 방치되면서 지붕이 무너지고 외벽만 남았기 때문이다. 건물을 활용한 지 10년가량이 지나면서 안전문제가 다시 드러난 것이다.
서귀포시는 1960년 준공된 옛 관광극장 건물이 낡아 안전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시행했다. 용역 결과 옛 관광극장 건물은 E등급 판정을 받아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이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고, 최근 건물 외벽 해체 공사에 돌입했다. 서귀포시는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실시하면서 지역 주민과 서귀포 지역 문화예술 단체 등을 대상으로 용역 내용 등을 수차례 설명했다. 이후 안전진단 결과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다시 주민설명회를 열어 철거 계획을 알리고 주민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지난 20일 서귀포시가 관광극장 건물 철거작업에 들어가자, 제주도내 시민사회 단체와 문화계 등이 철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안전문제가 심각한 건물은 철거 공사로 야외무대 정면과 우측 벽면 등이 허물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보존만 외치는 것은 자칫 ‘대안 없는 반대’로 비춰질 수 있다.
서귀포시도 용역 발주 직후 주민설명회를 열고, 결과와 철거 계획을 알렸다고는 하지만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행정은 더 적극적이고 세심하게 움직였어야 한다. 시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알리는 행정은 안전 문제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