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신문이 만난 사람]
천재현 문화의달 행사 총감독
서귀포에 추석 연휴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도심 곳곳이 다시 축제의 기운으로 물든다.
오는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서귀포시에서는 ‘2025 문화의 달’ 행사가 개최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귀포시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칠십리축제와 함께 원도심 일대에서 펼쳐진다.
서귀포신문은 문화의 달 총감독을 맡은 천재현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장 경험이 빚은 축제 설계
이번 행사의 총감독을 맡은 천재현 감독은 서울대 국악과에서 거문고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이어 서울남산골한옥마을과 서울남산국악당의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25년간 ‘정가악회’를 이끌며 국악 공연의 대중적 가능성을 넓힌 천 감독은 멈추지 않고 악단 ‘광칠’을 창단해 국악의 새로운 실험과 대중적 확장을 모색했다.
“국악은 재미없다는 편견과 오랫동안 싸워왔다”는 천 감독은 지난 해 제주문화예술재단의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을 통해 제주와 인연을 맺었고, 이러한 경험이 이번 총감독 선임으로 이어졌다.
▲개막공연과 공간 디자인 구상
천 감독이 가장 공을 들인 무대는 개막공연 ‘설문대할망 신본풀이’다.
그는 “제주의 신화 공동체와 척박한 자연이 빚어낸 노지문화를 드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통적 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번 공연에 대해 천 감독은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이 되어 제주를 바라보며 ‘잘 견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우리 모두 폭삭 속앗우다’는 공감의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칠십리축제와의 연계에 대한 질문에 천 감독은 “칠십리축제의 하이라이트였던 거리 퍼레이드가 3~4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전제하고 “서귀포 지역 공동체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거리 퍼레이드의 마지막과 문화의 달 행사의 개막을 자연스럽게 이어 두 행사의 연결성을 연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천 감독은 이번 축제가 주무대인 천지연폭포 주차장을 중심으로 새연교, 자구리공원, 서귀진지, 솔동산까지 공간을 연결해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자구리공원은 명상과 힐링을, 서귀진지는 거리예술 공간 등으로 꾸며져 서귀포의 일상 공간이 예술적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변모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축제
천 감독은 해외의 축제 경험을 바탕으로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를 기획했다. “해외 축제에서는 세대가 함께 즐기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어우러진다. 서귀포에서도 그런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천 감독은 이어 관광객에게는 ‘제주다움’을, 지역 주민에게는 최남단의 섬이라는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는 예술을 선사하고자 하는 포부를 전했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음식 역시 단순 판매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설명과 마을 투어까지 확장한 ‘제주음식 가문잔치’를 마련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그는 30여년간 이어온 칠십리축제와의 공동 개최에 대해 “서로의 정체성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만들 것”이라며 “돌잔치의 주인공이 아이인 것처럼 칠십리축제는 서귀포 시민의 잔치”라며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두 개의 축제를 통해 ‘서귀포에서도 이런 행사가 가능하다’는 경험을 드리고 싶다”며 “시민들이 연대해 더 큰 축제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음 칠십리축제 역시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