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허지선 / 북칼럼니스트, 에세이스트

바닷가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제주바다는 무덤덤하면서도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생계 수단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제주의 문화 정체성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 제주바다는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삶 그리고 문화에 뿌리 깊게 내리고 있다.

제주의 바다는 아름다운 외면과는 다르게 내면에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데, 이런 제주바다의 슬픈 역사에 대해 쓴 책이 있다.

바로 권무일 작가의 제주바다의 슬픈 역사이다.

이 책은 일본이 1876년부터 1905년까지 제주의 바다를 침탈하며 도민들에게 저지른 횡포를 다룬 역사 평설로, 바다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 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일본의 침탈과 제주도민의 저항을 중심으로 제주 바다의 슬픈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작가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제주도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역사적 사실의 근거를 확인하며 깊이 있게 탐구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제주바다가 단순한 자연의 경관이 아니라, 제주도민의 역사와 문화가 얽힌 공간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모슬포 포구 인근 신령물이라는 용천수 샘터 곁에 오좌수의거비가 세워져 있다. 가파도에 천막을 치고 전복을 침탈하던 왜선 6척의 선원들은 1887813일 모슬포에 상륙하여 민가의 돼지, 닭등 가축을 약탈하고 신령물 샘터에서 물긷는 지역 아녀자를 능욕하려들자 이 처사에 격분한 이만송, 이흥복, 정종무, 김성만, 성일 형제 등의 거룩한 행동을 후세에 영원히 기리고저 모슬포 청년회의소 이름으로 이 비를 세운다. 위 비문은 연구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 내용이 부정확하고 울림이 덜하지만 19세기 말 제주도민의 민심과 일제에 대한 저항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P-101~102 모슬포 이만송 살해사건 중에서

책을 읽을수록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게 되듯 숨겨져 있고 몰랐었던 내용이 한 꺼풀씩 벗겨지며 살아있는 역사를 알게되니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삶이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모슬포항은 앞바다로부터 마라도 남쪽바다 사이에 방어, 참돔, 옥돔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황금어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나 모슬포항은 연근해 어업을 위한 전진기지였기에 조선말 국운이 쇠해지자 이 황금어장을 가만 놔둘리 없는 일본 어선들이 드나들며 조업을 하는 것이 예견된 수순이었다.

1876, ‘조일수호조규가 체결되면서 일본은 모슬포항을 비롯한 제주 바다 곳곳의 침탈을 본격화한다.

일본 어민들이 제주 바다로 몰려들어 고기를 잡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는 제주도민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였기에 하모리 태생의 이 오좌수의거비에 기려진 분들은 저항의 목소리를 높였고 이로 인해 때로는 아까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저항의 역사는 꺾이지 않고 오늘 날까지도 전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이런 저항의 역사 속의 이야기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주바다의 아름다움과 그 바다를 지키려는 제주도민들의 노력을 보며, 독자들이 제주바다에 대한 애정과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그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계속 귀 기울이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허지선
  북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